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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솜사탕… 갈빗살·떡국·바게트 페스토도 손색없어 [안젤라의 푸드트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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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1-11 18:00:00 수정 : 2020-01-11 10:4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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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태 / 달지도, 짜지도 않고 코끝까지 채워지는 바다향 / 양식되지 않아 채취부터 가공까지 사람 손으로 / 한국의 명품 식재료… 곰취 쌈밥으로 안성맞춤
“Why do you eat black paper?” 어릴 적 미국으로 공부하러 갔을 때 김을 먹고 있는 내 모습을 의아하게 보고, 미국 친구가 한 말이다. 왜 검은색 종이를 먹냐고? 이건 검은색 종이가 아니라 바다에서 나는 해조류라고 말하니 푸른 눈으로 신기하게 쳐다본 기억이 난다.

그때만 해도 김이라는 것의 존재감을 모르고 있다가 일본의 스시나 마키 등을 먹으면서 서양인들이 김에 대해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던 시절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세계적으로 한국 김의 위상이 높아져 외국인들이 한국을 찾았을 때 면세점에서 가장 많이 사가는 기념품이 되었고, 일본의 유명 셰프들도 한국의 김을 활용한 다양한 요리를 하고 있다. 안젤라의 마흔한 번째 푸드트립은 김과 비슷해 보이지만 고운 연둣빛 한국의 명품 식재료 감태다.

#바닷속 달콤한 솜사탕, 한국의 명품 식재료 감태

“모양은 매산태를 닮았으나 다소 거친 느낌이다. 길이는 수(數) 자(尺) 정도이다. 맛이 달다. 갯벌에서 초겨울에 나기 시작한다.” 우리나라의 해양생태를 최초로 기록한 해양학 연구서 정약전의 ‘자산어보’에 기록된 감태에 대한 이야기다. 감태(甘苔)의 한자는 ‘달달한 풀’이라는 뜻이다. 감태를 처음 혀에 올렸을 때 느껴진 질감과 맛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솜사탕이 입 안에서 사르르 녹듯 사라져버리는데, 코끝까지 가득 채우는 바다 향기는 오랫동안 지속됐다. 와인으로 치면 피니시가 길다고 표현할 수 있는데, 바다의 짠맛도 아니고 설탕의 단맛도 아닌 감태만의 고소한 단맛은 다른 식재료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독보적이다.

서산에서 1980년부터 감태를 생산하고 있는 바다숲의 송주현 대표는 평생 감태만을 일군 아버지 송철수 명인의 뒤를 이어 감태로 인생 정주행을 하고 있다.

송철수 명인은 본래 김 장사를 하다가 우연히 시장에서 감태를 발견했는데, 김과 흡사한 모양을 가지고 있지만 은은한 연둣빛과 단맛에 매료돼 감태 연구에 몰입하게 됐다. 감태는 성장조건이 까다로워 청정 갯벌에서만 구할 수 있는데, 매생이나 파래와 다르게 양식이 되지 않고, 오로지 12월부터 3월 사이에만 자라기 때문에 더욱더 구하기가 쉽지 않다.

또, 손으로 일일이 채취해서 세척, 말리기, 써레질 등 모든 과정이 오직 수작업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사람 손’을 거쳐야 만날 수 있는 귀한 식재료다. 특히 감태는 충남 서북안에 있는 가로림만에서 집중적으로 채취되는데 희귀종인 줄무늬물범도 함께 살고 있다. 서해의 바다를 더욱 더 청정하게 유지해야 하는 이유다.

#감태에 싸먹는 갈빗살부터 감태 후토마키, 감태빵, 감태 캐러멜까지

갓 지은 쌀밥 위에 짭쪼롬한 명란만 올려도 맛있겠지만 그 위에 볶은 감태 가루를 솔솔 뿌려 먹으면 없던 입맛도 돌아온다. ‘내 식탁 위의 바다’라는 슬로건으로 감태 생산에 매진하고 있는 ‘바다숲’ 주최로 감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감태를 활용한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감태 미식회가 열렸는데, 그 자리에서 맛본 몇 가지 감태 레시피를 공개한다.

먼저 감태 떡국. 진한 쇠고기 국물로 끓인 떡국은 한끼 식사로도 든든하고, 다가오는 설 식탁을 채우기에 부족함이 없다. 쇠고기 양지는 찬물에 담가 1시간 정도 핏물을 뺀 후 물을 넣고 30분간 삶아 식혀 결대로 찢는다. 쇠고기 국물에 양지와 떡국 떡, 다진 마늘을 넣고 한소끔 끓인 뒤에 대파와 국간장으로 간을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볶은 감태를 넣고 한 번 더 끓이면 떡국에서 화사한 바다 향이 피어난다.

감태 쌈밥.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 밍글스 출신 강민구 셰프는 구운 감태로 밥을 싸 먹는 감태 쌈밥을 제안했다. 찹쌀과 멥쌀을 섞어 밥을 지은 뒤 소금, 조선간장, 참기름을 조금 넣어 간을 맞춘다. 곰취는 살짝 데친 후 조선간장에 무치고, 줄기콩은 2분간 삶는다. 백명란과 깨소금, 참기름을 섞어 백명란 소스를 만든다. 김발에 곰취를 편 뒤 밥을 고르게 올리고, 백명란 소스를 바른다. 줄기콩과 두릅장아찌를 말아 올려 먹기 직전에 구운 감태로 다시 한 번 쌈밥을 말아 한 입 크기로 썬다. 곰취의 산내음과 감태의 바다 내음이 조화롭게 어울려 입꼬리를 올라가게 만든다.

그 외에 갈빗살을 상추나 깻잎 대신에 감태와 싸먹으면 갈빗살의 육즙에 감태가 살짝 적셔져 깊은 맛을 내고, 커다란 일본식 굵은 김밥말이 후토마키를 김 대신 감태로 감싸고, 감태와 파르미자노 치즈, 페코리노 치즈, 잣, 올리브유, 참기름 등을 함께 다져 감태 페스토를 만든 뒤 따뜻한 바게트빵에 살짝 찍어 먹어도 좋다.

김유경 푸드디렉터 foodie.angel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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