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대응과 관련해 “다른 나라의 모범 사례이자 세계적인 표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8일 자평했다.
이날 박 장관은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지금 우리는 힘든 시기를 견디고 있다. 이를 잘 극복한다면 다른 나라의 모범 사례이자 세계적인 표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민들께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노력에 동참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크게 줄었지만, 확진자가 이미 7000명을 넘었고 사망자도 50명에 달한 만큼 자화자찬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시기적으로 성급한 발언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앞서 박 장관은 지난달 말 국회에서 “(코로나19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이라고 말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재갑 “생활치료센터 못 가는 확진자만 2000명인데…”
이와 관련해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상황에 맞지 않는 내용”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 교수는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보건복지부 장관이 한국의 사례가 모범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본인 입으로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확진자 감소는 방역당국이 잘했다기보다 국민들께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철저히 지켜주셔서 가능한 부분”이라며 “특히 대구·경북에 계신 분들께서 많은 어려움을 참아내고 견뎌낸 희생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금 대구·경북지역에는 생활치료센터에 입실조차 못하고, 댁에 기다리는 분들이 아직도 2000여명이 있고, 불안하고 답답해하고 있을 상황”이라며 “우리 방역체계의 우수수성은 한두 달이나 지나야 평가받을 수 있는 내용이다. 국민들을 안심시키려고 한 말씀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상황적으로 맞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질병질병관리본부(질본)가 메르스 이후 준비해 놓은 내용이 지금의 방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질본에서 2~3주 지나 직접 이야기 했다면 더 큰 호응을 받았을 것”이라며 “이런 부분은 많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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