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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신학기제로 변경” 의견에 공감 / 교육체제 전환 위한 기회로 활용해야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도전 앞에 교육당국의 고민이 깊다. 이런 상황에서 한 교수가 청와대 국민청원에 “봄 학기를 폐지하고 글로벌에 맞춰 9월 신학기제로 변경”하자는 의견을 올렸다. 이 청원을 보고 필자는 무릎을 쳤다. 우리에게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 앞에서 개학(개강)날짜만 뒤로 미루고 일부 강의를 온라인에서 제공하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것은 기존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는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올해를 교육시스템 혁신 원년으로 삼고, 그간 미뤄왔던 교육혁신을 과감히 도입해 보고 좋은 성과가 있다면 제도화하는 것과, 향후 더 잦아질지도 모를 코로나19와 같은 ‘블랙스완’에도 강한 회복탄력성을 가질 유연한 교육체제로 전환할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 인간컴퓨터상호작용학

먼저 9월 신학기제와 같은 학기제 선진화방안이 고려될 수 있겠다. 사실 많은 외국 교육기관들은 한국의 교육기관과 교환학생, 연구실이나 학과 간 교류, 학교 간 MOU(양해각서) 교환 등의 형태로 교류를 원하고 있다. 그런데 많은 나라들이 9월에 학년을 시작하고 5월부터 3개월이 넘는 긴 여름방학을 가짐으로써 학생들이 교환학생, 인턴, 현장체험 등을 충분히 경험해볼 수 있도록 하는 데 비해, 한국은 오랜 기간 3월 신학기제를 고집하고 여름방학도 7, 8월 두 달만 운영하고 있어 글로벌 교류 프로그램과 인턴 등을 운영하는 데 애로가 많다. 그런데 만약 올해를 전환의 원년으로 하여 9월부터 새로운 학년을 시작하고 방학기간을 조정할 수 있다면, 이런 호환성 결여 문제는 사라지고 코로나19 이후에 복원될 글로벌 교류에서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만약 9월 신학기(신학년) 체제로 전환한다면 이번 봄학기는 어떻게 보내야 할 것인가. 필자는 학생에게 진로를 모색할 시간을 주기 위해 일부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는 ‘전환학기제’처럼 이번 학기를 교육체제 전환을 위한 다양한 시도와 철저히 개인화된 교육을 제공하는 소중한 시기로 활용했으면 한다. 이미 하고 있듯이 일부 교과는 온라인으로 계속 운영하고, 오프라인으로 운영할 교과 또는 비교과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작은 교실에 밀집하는 형태를 피하는 방향으로 새로 설계하여 운영하는 것이다. 한 명의 교사가 다닥다닥 붙어앉은 많은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렉처(lecture)형 교과를 온라인 교과로 전환하고, 그렇게 절감하는 시간과 공간을 활용하여 과감히 학생 5∼7인 단위의 소규모 교과나 비교과 활동을 대폭 늘리는 것이다. 물론 한정된 교원과 교실에서 이런 변화가 쉽지는 않겠지만, 오전반·오후반 편성 등을 통해 학생들이 동시에 교실에 밀집하여 전염병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도록 하자는 일부의 의견을 고려해 보면, 가능한 방안이 있으리라고 본다. 재정만 뒷받침된다면 이러한 소규모 단위의 질(quality) 중심 교육을 위한 추가 교원채용도 검토해 볼 만하다.

이런 변화에는, 오랜 기간 논쟁을 하다가 중학교 1학년에게 과감히 도입, 실행하고 있는 ‘자유학기제’가 시사하는 바가 많다. 많은 학부모들에게 유치원, 초등학교가 대학입시를 향한 선행학습 시기로 변질된 우리 교육에서, 대학진학 준비가 본격화되는 중학교 1학년에 자유학기제를 시행하자는 것이 처음에는 이상주의에 빠진 사람들의 허무맹랑한 아이디어처럼 보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진로탐색을 위한 다양한 체험활동, 주제선택 활동, 예술·체육 활동, 동아리 활동 등과 일반 교과 수업이 균형 있게 배합되도록 자유학기제를 운영하니 기대 이상의 성과를 이끌어내고 있다. 여전히 이러한 ‘자유로움’에 불안을 느끼는 일부 학생들도 자유학기가 시험 위주의 성적 부여가 최소화되는 시기임을 이용하여 본인이 뒤떨어진 과목을 집중적으로 보충하고 있다 하니, 이 제도에 대한 찬반에 관계없이 의미 있는 시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역사는 기억할 것이다. 코로나19와 싸우기 위한 수많은 사람들의 헌신을. 거기에 대한민국 교육의 질적 혁신이 움텄던 시기라는 의미 부여가 더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 인간컴퓨터상호작용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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