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로폼이 이렇게 쌓인 건 지난 추석 명절 이후 처음 보네요. 들어오자마자 재처리돼 반출되는데 그대로입니다.” (10년 경력의 자원순환센터 직원 A씨)
지난 2일 오후 경기 수원시 영통구 하동의 수원시자원순환센터. 재활용품 야외 적치장에 산더미처럼 쌓인 일회용품들은 며칠째 좀처럼 양이 줄지 않고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배달 음식과 카페 등의 일회용품 사용이 증가하면서 플라스틱과 페트병, 비닐 등의 반입이 명절 연휴 못잖게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50여명의 직원은 쉼 없이 실내 컨베이어벨트에 올라오는 재활용품을 분류하며 식은땀을 흘렸다. 오전 8시부터 이미 5시간 넘게 선별 작업에 매달렸지만, 도무지 줄지 않는 재활용 쓰레기에 혀를 내둘렀다.
쓰레기 냄새와 뒤섞인 실내는 찜통을 방불케했다. 건물 밖 적치장에선 끊임없이 1.5∼2.5t 트럭들이 드나들며 재활용 쓰레기를 쏟아냈다. 집게 모양의 포크레인은 분류된 쓰레기를 집어 올려 600㎏ 안팎의 단단한 덩어리로 만들었다.
이곳에선 코로나19 사태가 바꾼 ‘쓰레기 세상’을 보는 듯했다. 코로나19가 전국에 퍼지면서 쓰레기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은 엄청난 폐기물을 처리하는 동시에 바이러스 노출 위험에 맞서느라 씨름하고 있다. 일회용 도시락과 컵 등을 사용한 뒤 세척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버리는 사람이 늘면서 작업환경이 열악하게 바뀐 것이다.
수원시자원순환센터에 따르면 지난 1월과 2월 각각 1529t, 1521t이던 이곳의 플라스틱 재활용품 반출량(재처리 뒤 판매)은 지난달 1843t으로 급증했다. 센터에선 재활용 쓰레기 반입량은 따로 집계하지 않고, 이를 가공해 처리한 반출량만 통계를 낸다.
이 센터 장태영 대리는 “하루 수백 대의 쓰레기 이송차들이 이곳을 찾는다”면서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근무시간 동안 직원들이 재활용품을 처리한다”고 전했다.
센터 곳곳에선 재활용품과의 사투가 이어졌다. 센터 본관 뒤편 야적장에는 하얀색 스티로폼 상자들이 이미 산을 이뤘다. 소형 지게차가 이리저리 움직이며 정리에 나섰지만 여의치 않아 보였다. 센터 정면의 대형 적치장에선 포크레인이 굉음을 내며 목제 쓰레기를 처리 중이었다. 센터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이사가 크게 준 것으로 알지만 목제가구 쓰레기는 오히려 늘었다”면서 “식당 폐업 등의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관련 업계도 고사 위기에 내몰렸다. 센터 관계자는 “재가공된 일회용 쓰레기를 중국 등 해외로 수출하던 업체들은 (각국의 수입 금지 조치로) 수출길이 막혔다”면서 “판매 단가 허락에 인력난까지 겹쳤다”고 전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음식물 쓰레기 등으로 인한 센터 직원들의 감염 노출이다. 수원시자원순환센터 황인철 반장은 “배달도시락용 일회용품에 묻어온 음식물이 재처리 공정마다 직원들에게 튀곤 한다”며 “플라스틱과 페트병, 비닐 등을 세척한 뒤 배출하는 (시민들의) 작은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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