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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살인자’ 대기오염에 대한 생생한 기록

입력 : 2020-06-06 03:00:00 수정 : 2020-06-05 20:2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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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오염 실체·화학물질 등 조사 / 인체에 어떤 영향 미치는지 조사 / 오염 연구 전문 과학자들 인터뷰 / 런던·베이징 등 오염사례 파헤쳐

“오늘의 미세먼지 수준은?” 도시인들이 아침에 눈을 뜨면 휴대전화 등을 통해 제일 먼저 확인하는 주요한 일이 미세먼지 농도일 것이다. 농도 수치에 따라 야외활동을 할지 등의 계획을 결정한다. 일기예보에 오늘의 미세먼지 농도가 포함된 지도 오래다. 우리가 숨 쉬는 대기의 질이 곧 오늘의 생명과 직결될 만큼 중요해지고, 또 악화하였기 때문이라는 방증이 아닐 수 없다.

저자는 “세계 도시인의 80% 이상이 국제 공기 질 기준을 초과한 오염물질을 들이마시며 생활하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서 지금이라도 행동하면 개선할 수 있다. 이는 대중의 압력과 정치적 의지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극심한 스모그로 차들이 한낮에도 전조등을 켠 채 운행하는 중국 베이징 도심 전경. 세계일보 자료사진

영국 환경전문기자 팀 스메들리의 ‘에어 쇼크’는 삶의 질을 좌우하는 대기오염에 대한 가장 생생하고 의미심장한 기록이다. 우리에게 필수이며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공기에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나쁜 공기가 현재 우리의 삶, 나아가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따라서 우리가 어떻게 싸우고 무엇을 실천해야 하는지를 담은 생생한 기록을 담고 있다.

저자는 대기오염의 실체, 위험한 화학 물질들의 종류, 그 화학 물질들의 발생지를 조사했다. 또한 스모그의 영향을 받으며 살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과 오랜 기간 오염 연구에 앞장서는 과학자들을 인터뷰하고 런던, 베이징, LA를 포함해 전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심각한 대기오염 사례들을 낱낱이 드러내고 파헤친다.

유엔이 2016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유럽 전체의 대기오염에 따른 사망과 질병으로 인한 비용이 이미 연간 1조6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유럽 전체의 국내총생산(GDP)의 10분의 1에 가까운 정도다. 유럽 10개 국가에서는 GDP의 20%가 넘는다. 2012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한 해 모든 사망자의 7.4%는 미세먼지에 만성 노출된 것이 원인이었는데, 비용으로 따지면 GDP의 6% 또는 200억달러에 달했다. 아프리카 전체를 두고 보면 2013년 대기오염이 원인인 조기 사망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은 야외 대기오염으로 대략 2150억달러, 실내 대기오염으로 2320억달러였다.

“오후 6시쯤 되어 해가 지면서 모든 것이 어둡게 보이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하지만 실제로는 점심시간이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죠. 실제로 세상의 종말이 온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대낮인데 하늘은 검게 변하고, 사람들은 정말로 두려워하기 시작했어요.” 이런 말들은 더는 런던의 얘기만이 아니고 베이징, 서울 등 세계 주요 도시민들의 흔한 고민이지 공포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팀 스메들리 / 남명성 / 예문아카이브 / 1만8000원

저자는 전 세계적으로 매일 1만8000명이 대기오염 때문에 죽는데도 대기오염으로 인한 손실은 다수에게는 분명히 눈에 띄지 않는다. 제대로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기오염이란 ‘보이지 않는 살인자’는 우리가 타고 다니는 자동차와 제품을 만드는 모든 산업 공정에서 탄생한다. 그럼에도 우리가 모르는 부분이 여전히 너무 많다. 사륜구동 자동차로 자녀들을 학교에 데려다주는 대부분의 부모는, 자동차 내부의 오염이 도로의 오염보다 다섯 배나 높다는 사실이나 대기오염이 어린이의 폐 발육에 미치는 치명적인 영향에 대해 제대로 연구 결과를 들어본 적이 없다.

또 세계 도시에 사는 사람 10명 중 8명이 국제 공기 질 기준을 초과한 대기오염 물질을 들이마신다. 대기오염으로 인한 연간 사망자 수(650만명)가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의 수를 모두 합친 것보다 훨씬 많으며 그 수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저자는 결론적으로 지속가능한 미래와 공기 질 개선을 위해서는 어느 국가나 디지털화와 탈탄소화가 시급하며 이 두 분야를 선도하는 나라가 번영을 구가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른바 ‘녹색생활’이야말로 밝은 미래를 눈앞으로 더 당겨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바꿀 수 있다면 절대 늦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박태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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