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22일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자신의 회고록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비핵화 접근 방식에 대해 “조현병 환자(Schizophrenic) 같은 생각”이라고 비유한 것에 대해 “그건 자신이 판단해봐야 할 문제”라며 “본인이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싶다”고 반발했다.
볼턴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만난 내용을 거론하며 문 대통령이 영변 핵시설 폐기를 ‘불가역적 비핵화의 첫 단계’로 주장한 것에 대해 “조현병 환자 같은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당시 미국과 한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는 이상 경제 제재 완화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문 대통령이 영변 핵시설 폐기를 토대로 경제 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북한의 주고받기 식(Action for action) 입장을 지지하며 서로 다른 상황을 동시에 지지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는 것이다.
볼턴은 2018년 1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정 실장이 백악관에 찾아와 아이디어를 처음 제안했다며 “이 모든 외교적 판당고(스페인의 열정적인 춤 이름)는 한국의 창조물이었다. 김정은이나 우리 쪽의 진지한 전략보다는 한국의 통일 어젠다와 보다 관련이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내 관점에서 보면 우리의 북한 비핵화 조건에 대한 한국의 이해는 근본적인 미국의 국익과는 하등 관계가 없는 것이었다”며 “그것은 내 관점에서 보면 실질적인 내용이 아니라 위험한 연출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한·미 정상 간 진솔하고 건설적인 협의 내용을 자신의 편견과 선입견을 바탕으로 왜곡했다”며 “기본을 갖추지 못한 부적절한 형태”라고 반발했다.
회고록에 등장한 정 실장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볼턴 전 보좌관은 그의 회고록에서 한국과 미국 그리고 북한 정상들 간의 협의 내용과 관련한 상황을 자신의 관점에서 본 것을 밝힌 것”이라며 “정확한 사실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 또 상당 부분 사실을 크게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 실장은 “정부 간 상호 신뢰에 기초해 협의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외교의 기본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며 “미국 정부가 이러한 위험한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볼턴의 조현병 발언에 대해 “본인이 그럴 수 있는 거 아닌가 싶다”라고 불쾌감을 드러내며 왜곡된 부분에 대해 “하나하나 사실관계를 다투는 것조차 부적절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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