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소 사실 유출 의혹 등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광범위한 수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이 수사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고, 서울중앙지검은 형사2부에 각종 고발사건을 배당해 수사하도록 조치했다. 이에 따라 경찰청과 청와대, 서울시청 관계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서울경찰청은 박 전 시장 사건과 관련해 17일 임용환 서울경찰청 차장을 팀장으로, 송병일 생활안전부장과 김갑식 수사부장을 부팀장으로 하는 대규모 TF를 구성해 운영한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서울시 관계자들의 (성추행) 방임 및 묵인 등에 관한 부분을 밝히고 2차 가해를 막기 위해 대규모 수사인력으로 신속히 수사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오후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 아이폰 1대를 성북경찰서에서 넘겨받아 디지털포렌식 작업에 들어갔다.
서울중앙지검은 성추행 피해자 A씨의 고소사실 유출과 관련해 경찰청·청와대·서울시청 관계자들을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수사해 달라는 고발 5건을 형사2부(부장검사 이창수)에 배당해 본격 수사에 나섰다.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해 채널A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형사1부가 맡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으나 형사2부로 최종 결정됐다. 검찰은 형사2부가 직접 수사할지, 경찰에 수사를 맡겨 지휘할지를 결정하지 않았으나 직접 수사가 유력해 보인다. A씨가 지난 8일 서울경찰청에 고소한 직후 박 전 시장 측이 피소 사실을 알았던 만큼 경찰 보고라인과 청와대 국정상황실 관계자 등에 대한 조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경찰이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 3대에 대해 법원에 신청한 통신기록 압수수색이 이날 기각됐으나 수사에 큰 지장을 주지는 않을 전망이다.
서울북부지법은 “강제수사의 필요성이 부족하다”며 경찰이 지난 14일 신청한 영장을 기각했다. 북부지법 관계자는 “변사자 사망 경위나 타살 등 범죄와 관련되었다는 점에 대한 소명이 없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검찰이 박 전 시장의 사망 경위가 아니라 고소사실 유출 과정을 규명하기 위해 영장을 청구할 경우 법원이 기각할 뚜렷한 이유가 없어 발부될 공산이 크다.
한편 서울시는 박 전 시장 직원 성희롱·성추행 진상 규명을 위한 합동조사단 전원을 외부전문가로 구성한다고 밝혔다.
여성가족부는 이날 여성폭력방지위원회 민간위원 긴급회의를 열고 선출직 지자체 기관장 사건 처리 절차를 마련하기로 했다. 대검찰청과 경찰청 등 정부 위원들이 참여하는 여성폭력방지위원회 전체회의도 곧 열기로 했다.
유지혜·이도형·남혜정 기자 kee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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