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당 포인트 선점 경쟁 어둠 뚫고 질주하다 사고 난 것 추정
어둠을 뚫고 선상낚시 명당포인트를 향해 빠르게 달리던 낚싯배가 연도교 교각을 들이받아 3명이 숨지고 19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31일 오전 5시 40분쭘 충남 태안군 안면도와 보령시 원산도를 잇는 원산안면대교 아래를 지나던 9.77t급 어선 '푸른바다3호'가 교각에 부딪혔다.
이 사고로 어선에 타고 있던 낚시객 등 22명 가운데 A(62)씨 등 3명이 숨졌다. 1명은 머리를 크게 다쳐 의식불명 상태로 천안 단국대병원으로 옮겨져 치료 중이다.
승선자 B(46)씨 등 3명은 중상, 선장 C(42)씨 등 15명은 경상을 입고 서산의료원과 예산종합병원 등 인근 병원 10곳에 분산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사상자들은 9월말부터 서해안을 따라 북상하고 있는 쭈꾸미 등을 잡기 위해 온라인을 통해 예약한 뒤 전국 각지에서 대체로 2∼5명씩 짝을 이뤄 온 사람들이다.
사고 어선은 동이 트기 전인 이날 오전 4시 50분쯤 보령 오천항을 출항해 녹도 용섬으로 가던 중이었다.
선장 C씨는 최초 조사에서 "15노트(시속 약 27㎞) 정도 속도로 운항했다"고 진술했으나, 선내 시스템상 18노트(시속 약 33㎞)까지 찍힌 것으로 해경은 확인했다.
푸른바다3호 정원은 22명으로, 초과 승선은 아니었다. 구조될 당시 선장과 승선한 사람들 모두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
출항 당시 파도 높이는 1m 정도였고 안개도 짙지 않아 항해 조건 역시 양호한 편이었다.
해경 관계자는 "어둠 속에서 선장이 비교적 빠른 속도로 가다 교각을 미처 피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고기가 잘 잡히는 명당, 이른바 포인트 선점을 위해 다소 속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포인트 선점을 위해 경쟁적으로 일찍 항구를 떠나는 행태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규정상 오전 4시 이후 출항해 오후 8시 전까지만 항구에 돌아오면 문제가 없다.
이날도 사고 선박이 항구를 떠날 당시 다른 낚싯배도 여러 척 어둠 속에 출항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령해경은 푸른바다3호 선장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입건해 자세한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김정모 기자 race121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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