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배민’ 창업 김봉진 의장 재산 절반 이상 ‘통 큰 기부’… 재계 새 트렌드 될지 관심

세계적 기부클럽 ‘더기빙플레지’
한국인으론 첫 번째 가입자 등록
金 의장 환원액 5500억 넘을 듯

“어려운 가정형편 딛고 자수성가
성공하면 꼭 하고 싶었던 일” 밝혀
교육 불평등 해소 등에 쓰일 계획

더기빙플레지 홈페이지에 219번째 기부자로 등록될 김봉진(오른쪽)·설보미 부부. 우아한형제들 제공

국내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 창업자인 김봉진(45) 우아한형제들 의장이 재산 중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했다. 김범수(55) 카카오 이사회 의장에 이어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창업자들의 잇따른 기부 결정이 재계에 새로운 형태의 기부 확산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인다.

우아한형제들은 18일 김 의장이 세계적 기부클럽인 ‘더기빙플레지’(The Giving Pledge) 219번째 기부자로 등록됐다고 밝혔다. 한국인으로서는 첫 가입자이자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중국, 인도 등에 이어 일곱 번째다.

더기빙플레지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부부가 2010년 함께 설립한 자선단체다. 가입하기 위해서는 10억달러(약 1조1065억원)가 넘는 자산을 보유해야 하기 때문에 김 의장의 기부액은 최소 5500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김 의장은 이날 더기빙플레지 홈페이지에 공개된 서약서를 통해 “저와 저의 아내는 죽기 전까지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그는 “고등학교 때는 손님들이 쓰던 식당 방에서 잠을 잘 정도로 넉넉하지 못했던 가정 형편에 어렵게 예술대학을 나온 제가 이만큼 이룬 것은 신의 축복과 운이 좋았다는 것으로밖에는 설명하기가 어렵다”며 “성공한다면 더기빙플레지 선언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꿈꿨는데 오늘 선언을 하게 된 것이 무척 감격스럽다”고 덧붙였다.

기부금은 교육 불평등에 관한 문제 해결, 문화 예술에 대한 지원, 자선단체들을 돕는 조직을 만드는 것 등에 쓰일 계획이다.

앞서 2017년 김 의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100억원을 3년 안에 환원하겠다는 기부서약을 하고 여러 기관에 100억원 넘게 기부했다.

사랑의열매에는 70억원을 기부해 역대 개인 기부액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부금은 중·고등학생 장학금, 음식배달 중 사고를 당한 배달업 종사자들의 의료비와 생계비 등으로 쓰이고 있다.

최근 김범수 의장에 이어 김봉진 의장의 기부 선언이 잇따르면서 재계에 새로운 기부 물결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이들은 이른바 ‘금수저’ 출신이 아닌 평범한 회사원으로 시작해 스타트업을 창업해 성공을 이뤘다는 공통점이 있다. 회삿돈이 아닌 개인 재산을 내놓으며 적극적으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점도 비슷하다.

앞서 김범수 의장은 지난 8일 카카오 및 계열사 전 임직원에게 보낸 신년 카카오톡 메시지에서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며 “격동의 시기에 사회문제가 다양한 방면에서 더욱 심화되는 것을 목도하며 더 이상 결심을 더 늦추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가 약속한 재산의 절반 이상은 현재 가치 5조원대로 추정된다. 그는 조만간 있을 카카오 임직원 간담회에서 기부와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이번 기부 약속을 공식적으로 인증하기 위해 적절한 기부서약도 추진 중이다. 그의 통큰 기부는 재계 서열 20위로 뛰어오른 카카오의 위치를 걸맞은 행보로 평가된다.

백소용·김건호 기자 swini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