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유전자 있든 없든 내 아이” 숨진 아이 향한 부정 드러내기도
경북 구미의 빈집에 홀로 남겨져 사망한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 관련 아이를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 김모(22)씨에 대해 전 남편이 엄벌에 처해달라고 호소했다. 당초 숨진 아이의 친모로 알려진 김씨는 DNA(유전자) 검사 결과 언니로 드러났고, 외할머니로 알려졌던 석모(49)씨가 친모로 밝혀졌다.
김씨의 전 남편이라고 밝힌 A씨는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쓰레기 집에 제 딸을 버리고 도망간 구미 김OO의 엄벌을 청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A씨는 “SBS ‘그것이 알고싶다’(그알) 방송을 보고 분노하는 마음을 억누를 길이 없어 고민 끝에 글을 올린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전처 가방에서 모텔 영수증이 나와도 아이 생각하면서 참았고 임신 테스트기가 나왔을 때도 용서했다. 사랑하는 아이가 아빠 없이, 엄마 없이 자라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임신 테스트기 30개가 발견된 날, 제가 추궁하자 집을 나가 밤새 안 들어온 전처를 뜬눈으로 기다리면서도 이 시간이 언젠가 지나갈 거라 믿었다. 그런데 다음 날 들어온 김씨가 ‘남자가 있다. 그 사람이 아이가 있다는 사실도 안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김씨에게 엄마 될 자격이 없으니 나가라고 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는 엄마를 부르며 달려가 안겼다”며 “그 순간이 지금도 너무 원망스럽게 기억난다”고 했다. 이후 자신이 직장을 구해 돈을 벌 때까지 김씨에게 아이를 맡기기로 했다는 A씨는 우울증, 대인기피증에 시달리다 조금씩 회복하며 일자리를 알아보던 중 김씨가 만나는 남성이 대기업을 다니고 돈도 많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고 했다.
그는 “그 남자가 아이를 예뻐한다는 소식도 들었다”며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가 그 남자를 아빠로 알고 살아간다면 너무 슬프겠지만 저처럼 무능력한 아빠보다는 그 남자가 아이를 더 잘 먹이고 좋은 옷을 사 입힐 수 있겠지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A씨는 지난 10일 방송된 ‘그알’을 통해 자신이 떠난 뒤 아이를 아껴준 사람은 없었고, 쓰레기더미와 악취로 가득한 빈집에서 숨져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A씨는 “아이가 악취 나는 집에서 이불에 똥오줌을 싸며 고픈 배를 잡고 혼자 쓰러져있었을 것”이라며 “창자가 끊어지는 것 같다”고 숨져간 아이를 떠올리는 고통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희대의 악마이자 살인마다. 어떻게 새 남자와 보내기 위해 꽃잎보다 고운 아이를 수백 일 동안 혼자 내버려 둘 수 있나. 어떻게 인간이 그럴 수 있나”라며 분노했다.
A씨는 “힘을 모아달라. 김씨가 살인에 응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재판부를 압박해 달라”며 “‘그알’에 나온 귀 접힌 아이가 어딘가 살아있다면, 찾을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그알’에서는 2018년 4월24일 전후 아이의 귀 모양이 바뀌었다며 이 시기에 석씨가 낳은 딸(숨진 아이)과 김씨가 낳은 딸(실종된 아이)가 바꿔치기 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특히 A씨는 “이건 막장드라마도, 술안주도 아니다. 아이 엄마가 제 딸을 죽인 이야기”라면서 “그 아이에게 제 유전자가 있든 없든 상관없다. 제가 딸로 키웠던 아이다. 그럼 그 아이는 제 OO이다”라고 애끓는 부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앞서 지난 2월 구미의 한 빌라에서 당시 김씨의 딸로 여겨졌던 3세 여아가 방치돼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반미라 상태였던 여아는 굶어 숨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B씨는 아이가 숨진 뒤에도 아이 명의로 지자체가 주는 아동 양육수당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살인과 아동복지법·아동수당법·영유아보육법 위반 등 4개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씨는 지난 9일 열린 첫 공판에서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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