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마치 친구일 같이 느껴져… 충격 커”
경찰, 장례 절차 마친 뒤 사망 경위 밝힐 계획
서울 한강공원에서 술을 마신 채 잠이 들었다 사라진 대학생 손정민(22)씨가 실종 엿새째인 30일 오후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이날 오후 3시50분쯤 반포한강공원 인근 한강 수중에서 손씨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시신은 실종 장소인 수상택시 승강장 약 20m 앞에서 떠내려오다 민간구조사의 구조견에 의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옷차림 등을 토대로 손씨의 신원을 확인하고 시신을 인양했다. 손씨는 실종 당시 입었던 흰색·회색·검정색 패턴이 뒤섞인 긴소매 셔츠와 검정 바지 등 차림새 그대로인 것으로 전해졌다.
구조견을 데리고 손씨의 시신을 발견한 민간구조사 차종욱(54)씨는 “오늘이 자원봉사로 수색에 동참한지 사흘째 되던 날”이라며 “수중수색을 하던 중 구조견이 머리 부분을 발견하고 끌고오려 하는 순간 시신이 뒤집히며 옷과 얼굴이 보였다”고 발견 당시 상황을 전했다.
실종된 손씨가 시신으로 발견되며 그의 무사귀환을 염원했던 시민들은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오후 6시 손씨가 실종된 현장 인근에는 행인 30여명이 발걸음을 멈추고 현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실종된 상황을 짐작하기 위해 강둑을 내려가보거나 강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히는 시민도 있었다. 손씨와 같은 동네에 거주했던 이웃 윤모(46)씨는 “지역 맘카페를 통해 실종 사실을 알고 며칠동안 마음 아파하다 발견 소식을 듣고 국화꽃이라도 갖다놓으려 나왔다”며 “이 주변에 폐쇄회로(CC)TV가 하나도 없다는 게 안타깝다. 그거라도 있었으면 더 빨리 찾았을 텐데”라고 말했다. 현장을 지나던 대학생 동우진(21)씨는 “제 또래고 저도 친구와 이곳에서 자주 술을 마셨기 때문에 충격이 크다. 마치 친구일 같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손씨 시신은 서초구의 한 병원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경찰은 유족과 협의해 부검 여부를 결정하고 정확한 사인을 확인할 계획이다.
경찰은 장례 절차를 마친 뒤 사망 경위 등을 밝힐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장례 절차를 마친 뒤 실종 당시 친구와 마셨던 술의 양을 비롯한 당시 상황을 확인해 사고(실족사)인지 사건인지를 판단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의 한 대학 의대 본과 1학년 재학생인 손씨는 24일 오후 11시쯤부터 이튿날 새벽 2시까지 한강공원에서 동성인 친구와 함께 술을 마신 뒤 잠이 들었다가 실종됐다. 경찰은 현장 인근 CCTV를 분석하면서 기동대·한강경찰대와 함께 헬기·드론·수색선 등을 동원해 엿새 동안 한강 일대를 집중적으로 수색했다.
손씨의 부모와 친척, 지인들은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아들을 찾는 글을 올리고 매일 한강공원에 나와 수색 상황을 지켜봤다. 이들은 전단지 수천 장을 인쇄해 공원 인근 아파트 단지 20곳에 배포했고, 현수막도 공원 곳곳에 걸었다. 손씨 아버지가 28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아들을 찾습니다’ 게시글에는 손씨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등의 댓글 약 5000개가 달렸다.
박지원·장한서·김병관 기자 g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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