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리더십 시험대 오른 이재명 선택 주목
초(超)현실적 상황이다. 현직 대통령은 출국 금지되고 내란 혐의 피의자로 구속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수사기관들은 경쟁적으로 대통령 신병을 노린다. “하이에나로 변신한 검찰”은 ‘대통령이 국방장관과 공모해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켰다’고 말한다.
12월3일 밤 우리는 한 사람이 가진 엄청난 힘과 영향력을 생중계로 지켜봤다. 몇몇 사람의 고집과 무모한 행동이 공동체에 엄청난 피해를 가져다주는 것을 목격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의 시스템 복원력은 작동했다. 집단 지성의 대의제를 통해 공화국 수호의 제도가 움직이는 중이다.
계엄 선포와 해제 그리고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은 우리에게 두 가지 중요한 문제를 제기한다. 첫째는 ‘사람이 문제인가 vs. 제도가 문제인가’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지난 40년 동안 4명의 대통령이 감옥에 갔고 2명은 탄핵됐다. 실패한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개인화된 제도’의 대통령제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고치지 않으면 다음 대통령도 똑같은 비극을 피할 수 없다”는 경고는 계속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갑툭튀의 끝판왕’이다. 그는 혜성처럼 등장했지만 결국 자신의 한계를 스스로 드러내고 말았다. 우리는 그가 권력으로 무엇을 왜 어떻게 할지를 몰랐다. 그가 정치와 정당을 이해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는 검증과 확인 없이 최고 리더십으로 직행했다. 결과는 “달나라 대통령”, “망상 속의 대통령” 그리고 “윤석열 유니버스”의 환상세계였다. 국민 10명 중 7명 이상이 탄핵에 찬성하는데 대통령은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 여러분과 함께 싸우겠다”고 말한다. 대통령은 “지지층 궐기를 통해 사회적 혼란을 만들어 살아나려는 전술”이라는 비판을 듣는다. 지난 2주 남짓한 시간 동안 우리가 지불한 국내외적 대가를 넘어서는 국가적 소모전이다. 대통령 윤석열의 마지막 공동체 기여를 고민해야 한다.
대통령 한 사람에 의존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제도 안에서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의인화한 시스템이 아니라 제도가 작동하는 것이다. 그래야 롤러코스터 같은 정치 상황을 최소화하고 정치의 사법화를 넘어선 사법의 정치화를 막아내며 상대를 정치적 악마화하는 악순환에서 벗어난다. 5년 권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균형발전과 녹색성장이 가능하고 인구절벽과 지방소멸에 맞설 수 있다.
방향은 분명하다. 제왕적 대통령제와 승자독식의 선거제도 개혁을 통한 기득권 양당체제 해체다. 중임제를 통한 대통령의 임기조정과 총선, 지방선거와의 선거 시기 맞추기 그리고 결선투표제 도입 등이 대안이다.
국회의원 선거제도가 핵심이다. 48%를 얻은 민주당은 지지율보다 30% 이상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한다. ‘득표한 지지 이상 권한을 행사하도록 보장된 선거제도’다. 0.73%포인트의 신승이었지만 왕처럼 행동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선거제도 변경은 민주당 수도권 의원들과 국민의힘 영남 의원들이 관건이다. 대표성과 비례성을 갖춘 선거제도는 국회 중심의 정치와 정책수립 그리고 추진을 가능하게 한다. 단기적으로는 국회의 총리 복수 추천과 대통령 지명에서 출발하여 최종적으로는 국회의 총리선출제로 가는 시간표를 만들어야 한다.
두 번째 고민은 ‘사람이 문제인가 vs. 집단이 문제인가’다. 정당집단주의를 말하는데 당론으로 표현되는 패거리 정치가 쟁점이다. “극우 파시즘이냐 정통보수냐 갈림길에 선 여당”은 “한 명씩 일어나 탄핵 찬반 밝히라”며 배신자를 색출하겠다는 말이 나온단다.
본인을 수사하고 기소했던 검사들에 대한 탄핵시도는 “조폭 정치와 국회 사유화”라는 지적을 넘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윤석열과 같다”는 평가로 이어진다. ‘김대중과 노무현 대통령의 정신과 지향을 버린 것’이라는 비판과 “당혹스럽다”는 정책위 의장의 불만은 묻힌다. 금융투자세 폐지와 가상자산 과세 유예의 당론은 모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결단으로 포장된다.
“힘을 주체하지 못하는 듯한 점령군인 양 대통령 놀이”로 ‘이재명 2심 전(前) 대선’을 목표로 한 그들에게 “지금이 탄핵 이후 7공화국을 만들 적기”라는 말은 들리지 않는다. 대한민국 공동체의 정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지금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의 선택을 주목한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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