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과도한 업무를 호소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한 부산 한 간호직 공무원이 숨지기 전날 업무에 대한 압박감 호소하며 동료와 대화한 내용이 공개됐다.
26일 부산 동구보건소 간호직 공무원 유족이 공개한 카카오톡 대화록을 보면 이모(33)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하루 전날이자 토요일인 지난 22일부터 동료들에게 자신의 심정을 잇달아 밝힌 내용이 나온다.
앞서 지난 18일부터 이씨는 확진자가 나와 코호트 격리에 들어간 부산 한 병원을 담당, 관리했다.
이씨는 22일 오전 8시 19분 동료 2명과 대화를 하면서 "이른 시간에 연락드려 죄송하다"며 "어제 오전에 (코호트 격리된) A병원을 다녀와서 넘 마음에 부담이 되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멘붕이 와서 B님과 의논했고, 저는 주도적으로 현장에서 대응하기에 자신이 없다고 말씀드렸더니 몇 가지 방안이 있었는데 결론적으로 C선생님과 D주무님이 같이 맡아 하기로 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먼저 의논하는게 맞는데 제가 진짜 좀 마음이 고되서 그런 생각을 못했다"며 힘든 심경을 재차 토로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에는 상사와도 대화를 나누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한 간부는 "코호트 격리를 처음 맡았고, 원래 담당해야 하는 순서가 아니었는데 하다 보니 힘들고 그만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는 있다"면서 "그러나 어쨌든 중간에 시작했는데 중간에 못하겠다고 하면 제 입장에서는 책임감이 없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 이씨가 성실하고 적극적으로 업무에 임하는 것을 알고 고맙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진 않지만 잘 모르는 직원이라면 그렇게 생각했을 겁니다. 어쨌든 잘 부탁합니다"고 덧붙였다.
이에 이씨는 "죄송합니다. 코호트 된 후에 일어나는 일들에 머리는 멈추고 자신이 없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힘들어서 판단력이 없었습니다"면서 "더 이상 실망시켜드리지 않도록 해나가겠다"고 답을 했다.
유족은 보건소 직원들이 차례로 순서를 정해 코호트 병원을 담당해 왔으나 이씨가 일을 잘한다는 이유로 순서가 아닌데도 업무를 떠맡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한다.
과다한 업무로 피로가 누적되자 이씨는 포털에 우울 관련 단어를 검색하고, 일을 그만두는 내용의 글도 수차례 찾아봤다.
유족에 따르면 이씨는 불안장애, 공황장애, 두통, 치매 등 신체적 증상은 물론 정신과, 우울증 등 단어를 찾아보기도 했다.
또 공무원 면직, 질병 휴직 등을 문의하는 게시글을 여러 번 살펴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최형욱 동구청장은 "사망 경위를 파악 중"이라며 "평소 의욕이 넘치고 일을 잘하는 직원이라 동료로부터 신뢰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직원이 코호트 격리에 들어간 병원과 연관된 업무를 해 담당하게 된 걸로 안다"며 "본래 담당 업무가 있지만 간호직 공무원이라 역학조사 등 업무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고충을 미리 소통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며 "보건소 내 분위기도 좋았던 터라 직원들도 당황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23일 오전 8시 12분께 자택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사진=전국공무원노조 부산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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