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격무에… 간호 공무원 극단선택

코호트 격리 병원 업무 시달려
동료·상사에 심적 압박감 호소

부산의 한 간호 공무원이 코로나19 관련 격무를 호소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부산 동구보건소 간호직 공무원 이모(33)씨 유족이 공개한 카카오톡 대화록을 보면 이씨는 사망 하루 전날인 지난 22일 동료들에게 “(코호트 격리된) A병원을 다녀와서 너무 마음에 부담이 되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주도적으로 현장에서 대응하기에 자신이 없다고 말씀드렸다” 등 힘든 심경을 여러 차례 토로했다.

이날 오전에는 상사와도 대화를 나누며 어려움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무 조율을 하는 과정에서 이씨는 “죄송하다. 코호트된 후에 일어나는 일들에 머리가 멈추고 마음이 힘들어 판단력이 없었다. 더 이상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다” 등의 답변을 해 심적 압박을 느꼈음이 드러났다.

유족은 보건소 직원들이 차례로 순서를 정해 코호트 병원을 담당해 왔으나 이씨가 일을 잘한다는 이유로 순서가 아닌데도 업무를 떠맡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과다한 업무로 피로가 누적되자 포털사이트에 ‘불안장애’, ‘공황장애’ 등 우울 관련 단어를 검색하고, 공무원 면직과 질병 휴직 등을 문의하는 게시글을 수차례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최형욱 부산 동구청장은 “이씨의 사망 경위를 파악 중”이라며 “평소 의욕 넘치는 직원이라 동료들의 신뢰도 많이 받았는데 미처 고충을 충분히 소통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직원이 코호트 격리에 들어간 병원과 연관된 업무를 하고 있어 본래 담당 업무가 있음에도 간호직 공무원으로서 역학조사 등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부산=오성택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