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정보 받는 전주시 스마트통보 시스템 로그아웃 상태
예보 전달되지 않은 가운데 맨홀 사망사고 발생 노동자 사망
전주시 “스마트통보는 참고사항일 뿐…일일이 대응 힘들어”
지난달 28일 전주시 완산구 한 공사현장 맨홀에서 50대 노동자가 갑자기 내린 폭우에 갇혀 숨지기 1시간전에 ‘강한 소나기’ 예보가 전주시에 전달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전주시가 기상정보를 수신하는 시스템인 ‘스마트통보’는 당시 로그아웃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지성 호우 예보에도 불구하고 기상정보 수신 및 전파라는 간단한 재해 예방 절차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비극이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전주시 등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오후 1시35분쯤 전주 완산구 평화동의 한 공사현장에서 노동자 A(53)씨가 맨홀 안에서 상수관로 세척 작업을 하던 중 폭우에 고립됐다. 직경 600㎜의 상수도관에서 작업하다 갑자기 내린 폭우로 빗물이 급격히 차올랐고, A씨는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결국 목숨을 잃었다. 이 노동자는 전주시 맑은물사업본부와 계약한 업체의 하청업체에 소속돼 이날 작업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이 알려진 후 전주시 측은 “비가 그렇게 많이 내릴지 몰랐다”면서 기상청의 잘못된 예보를 문제 삼았다. 28일 오전 6시에 확인한 기상청 예보에서 사고 시점에 시간당 2㎜의 비가 올 것이라고 예상됐고, 오후 2시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져 미처 대비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계일보 취재결과, 전주기상청은 사고 전 전주시 측에 전북 지역에서 강한 소나기가 내릴 것이란 예보를 수차례 전달했다. 특히 이날은 국지성 호우가 예상된 때문에 오전 6시10분, 오전 11시, 오후 12시40분 등 평소보다 많이 전주시에 통보문이 전달됐다고 전주기상청은 설명했다.
실제 사고 1시간 전에 전주기상청이 전주시 측에 전달한 통보문에는 소나기 예보와 함께 안전에 유의해달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었다. 28일 오후 12시40분에 전주시에 전달된 통보문을 보면 전주기상청은 “전북 곳곳에서 비구름대가 높게 발달하면서 오늘(28일) 밤(21시)까지 시간당 20㎜ 내외의 강한 소나기가 오는 곳이 있겠다”고 예보했다. 아울러 “비구름대가 높게 발달하면서 돌풍과 함께 천둥, 번개가 치고 일부 지역에서는 우박이 떨어지는 곳도 있겠다”면서 “농작물과 시설물 관리, 안전사고에 각별히 유의하기 바란다”는 경고문도 기재됐다. 또 28일 오전 11시 통보문에도 “전북 곳곳에서 비구름대가 높게 발달하면서 오늘(28일) 밤(21시)까지 강한 소나기가 오는 곳이 있겠다”면서 전북 지역의 예상 강수량이 10∼60㎜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도 함께 기재됐다.
이 같은 기상정보는 스마트통보 시스템에 따라 전주시 측에 즉시 전달됐다. 스마트통보란 지방자치단체가 24시간 켜져 있는 PC를 통해 기상청으로부터 기상정보를 수신하는 시스템으로, 로그아웃만 되지 않으면 기상정보가 자동으로 화면에 노출된다.
문제는 폭우가 예상된다는 중요 기상정보를 주무부서인 전주시 시민안전담당관실이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시 전주시가 기상정보를 받는 통로인 스마트통보는 로그아웃 상태였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난 5월에도 전주시가 1일 평균 5회 이상 기상정보를 정상적으로 받고 있다는 것을 공문을 통해 확인하기도 했다”면서 “당일 전주시 측의 스마트통보 시스템은 ‘로그인 안 함’ 상태였다”고 말했다.
결국 큰 소나기가 올 것이란 예보만 사업 부서에 정상적으로 전달됐어도 맨홀 사망사고는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실제 해당 사업을 주관한 최훈식 맑은물사업본부 본부장은 한 언론에 “비가 그렇게 많이 내릴 줄 알았다면 애초에 공사를 진행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전주시 시민안전담당관실의 한 관계자는 “이런 예보는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상황전파 시스템을 통해 전달이 돼야 우리가 대응 가능한데 거기엔 그런 내용이 없었다. 스마트통보 시스템은 참고사항일 뿐이다”면서 “재난 예방 사업도 하고 업무가 엄청 나게 많아 (담당자가) 출장을 나갈 수도 있는데 일일이 이걸 보고 대응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해명했다.
전주시의 스마트통보 시스템이 로그아웃 상태였던 경위에 대해 이 관계자는 “담당자가 야간 당직을 한 상황에서 컴퓨터를 끄고 퇴근하는 바람에 그렇게 된 것”이라면서 “자체 상황실이 없는 지자체 입장에서 다른 인력이 기상정보를 확인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 전북본부의 한 관계자는 “발주처로서 기상이변이 생길 가능성이 있으면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작업중지를 내려야 하는 게 맞다”면서 “재해나 산재들이 연이어 발생하는데 그렇게 참고만하겠다고 무책임하게 말을 하면 앞으로 발생할 사고는 어떻게 예방할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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