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막식을 향해 가는 올림픽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양궁, 펜싱, 체조 경기 등 평소 잘 접하지 않던 경기 속에 푹 빠져 봤다. 코로나로 인한 우울한 마음과 폭염으로 지친 몸을 잠시 달래보면서. 메달 색이야 어떻든 선수들이 힘든 시절을 극복하며 살아온 이야기가 콧날을 시큰하게 한다. 공정한 경쟁과 최선을 다하는 올림픽 정신이 빚어낸 여러 편의 드라마다.
고대 그리스에서 유래한 올림픽이기에 운동선수를 새긴 그리스 조각 작품도 여럿 있다. 그중 예술적으로도 주목받는 작품이 ‘아폭시오메노스’상이다. 그리스 후기 문화인 헬레니즘을 대표하는 조각가 리시포스가 제작했다. 전 시대 조각이 기하학적 균형에 치중했다면 리시포스는 생동감 있는 자세와 형태를 강조했다. 인체 동작의 실감나는 묘사만 아니라 8등신 인체 비례를 이상적인 인체의 모습으로도 제시했다. 7등신보다 좀 더 우아하고 가늘어진 몸매인데, 이 작품에서 8등신 인체 비례의 전형을 선보였다.
이 작품은 리시포스가 당시 운동선수인 아폭시오메노스를 모델로 청동으로 제작한 것을 로마 시대에 대리석으로 모작한 것이다. 리시포스가 신화 속 영웅이나 귀족이 아닌 평범한 운동선수를 모델로 해서 작품 자체의 형식적 특징이 두드러지도록 했다. 한쪽 다리에 중심을 두고 다른 쪽 다리를 뒤로 빼는 콘트라포스토 자세를 좀 더 큰 동작으로 활용했고, 팔과 몸의 자세도 날렵하면서 역동적인 힘을 느끼게 했다. 발과 팔의 움직임이 서로 유기적인 통일성을 이루고, 얼굴 표정도 생생해 보인다.
몸을 약간 비틀어 그리스 초기 조각상의 경직된 모습이나 정면 중심 원리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점이 주목된다. 리시포스가 정면상뿐 아니라 여러 방향에서 바라본 모습 모두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여러 시점에서 본 인물의 동작과 자세를 종합하고 연속된 동작을 압축해서 표현했기 때문이다. 이런 리시포스의 묘사 방식이 헬레니즘 시대 다른 인체 조각 작품으로 이어졌으며, 대표적 예가 8등신 인체비례를 여성미에 적용한 ‘밀로의 비너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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