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가 알아야 할 최소한의 과학 지식/루이스 다트넬/강주헌 옮김/김영사/1만5800원
현존하는 유일한 인류를 지칭하는 호모 사피엔스는 ‘슬기로운 사람’이라는 뜻의 라틴어다. 슬기롭지 않던 인류의 다른 종들은 모두 멸종했다. 다른 종과 차별된 지식의 축적과 전승, 집단생활 등을 통해 사피엔스는 문명을 이룩했고 그 배경에는 매우 큰 비중으로 과학이 자리 잡고 있다.
책 ‘사피엔스가 알아야 할 최소한의 과학 지식’은 최소한이라는 범위를 정하기 위해 한 가지 재미있는 가정을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세상에 커다란 재앙이 닥쳐 문명이 붕괴하고, 혼자 살아남은 당신은 문명을 재건해야 한다는 상상이다. 그런 상황에서 꼭 필요한 지식, 삶을 지탱해주는 핵심적인 이치들이 바로 저자가 생각한 최소한의 과학 지식이다.
우리는 너무 고도화된 문명에 둘러싸여 있기에 과학의 기본마저 잊어버린 지 오래다. 대다수 현대인은 아주 간단한 물건조차 스스로 만들지 못한다. 1958년 레너드 리드가 쓴 논문 ‘나는 연필입니다’에 따르면 원료를 제공하는 곳과 생산 수단이 따로따로 흩어져 있기 때문에 연필이라는 단순한 도구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과 자원을 동시에 보유한 사람은 지구상에 단 한 명도 없었다.
우주생물학 분야 전문가이자 과학저술가인 저자 루이스 다트넬은 이 책에서 핵전쟁이나 천재지변으로 인해 대재앙을 맞이한 인류를 가정하고,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무엇이 제일 필요한지 살폈다. 동시에 인류의 지식 발전 과정을 독특하고 흥미롭게 정리했다. 책에서 제시하는 미래 시나리오는 사고실험의 출발점이자, 대부분의 사람이 멀게 느끼는 기본적인 과학 기술의 원리를 점검하는 수단이다.
먼저 사라진 문명이 남긴 쓰레기 더미에서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것들을 효과적으로 찾아내 재사용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했다. 이어 의식주부터 의학, 전력, 운송, 통신 등 생존과 사회 재건을 위해 필요한 핵심 지식과 과학 기술을 책 안에 압축적이고 실용적으로 풀어냈다. 예를 들면 농업을 다시 시작하고 식량을 안전하게 비축하며 식물섬유와 동물섬유로 옷을 짓는 법을 비롯해 종이와 도자기, 벽돌과 유리, 강철을 만드는 방법 등이다.
영국 웨스트민스터대 과학 커뮤니케이션 교수인 저자는 옥스퍼드대에서 생물학을 공부했으며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레스터대 우주연구센터에서 영국 우주국 연구원으로도 일했다. 우주생물학 분야를 연구하며 특히 화성에서 미생물을 찾는 일에 열중하고 있다.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힘쓰는 과학자 가운데 한명으로 ‘가디언’, ‘타임스’, ‘뉴 사이언티스트’ 등 다양한 매체에 글을 기고했다. 저서로는 ‘오리진’, ‘우주의 생명체’, ‘태양계와 그 너머에 대한 안내서’ 등이 있다. 이번 책은 2016년에 출간된 ‘지식’의 개정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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