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탐Ⅱ, 서울대 등 지원 필수과목에
상위권 학생들 생과Ⅱ 선택 많아
‘20번’ 전원 정답 땐 입시 한층 혼란
평가원 오류인정 안해 불신 심화
난이도 조절도 실패… 만점자 1명뿐
20번문제 오류 집행정지 신청수용
성적표에 생과Ⅱ 점수 빠진채 배포
향후 대학입시 일정 차질 불보듯
수능 성적표 특정 과목에 공란이 포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성적 발표 하루를 앞두고 발생한 일이다. 2022학년도 대입 일정에 차질이 예상되는 한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에 대한 불신도 높아지고 있다.
9일 교육부에 따르면 평가원은 예정대로 10일 과목 등급과 백분위, 표준점수가 기록된 수능 성적표를 수험생들에게 통지할 예정이다. 하지만 과학탐구 영역 생명과학Ⅱ를 선택한 학생들은 해당 과목이 공란으로 처리된 성적표를 받게 된다.
학생들이 불완전한 성적표를 받게 되면서 입시 일정에는 차질이 우려된다. 각 대학은 오는 16일까지 수시모집 합격자를 발표할 계획이다. 성적표가 완성되지 못하면서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제시한 학교들은 신입생을 선발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학생모집이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17일부터 시작되는 수시모집 합격자 등록 일정도 미뤄지게 된다.
본안 소송 결과가 올해 나오지 않을 경우 정시 일정도 망가진다. 정시모집은 30일부터 다음달 1까지 진행된다. 교육부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및 대학들과 신속히 협의해 이른 시일 안에 향후 대입 일정 등 필요한 사항을 안내하겠다”며 “본안 소송이 신속하게 진행돼 후속 일정에 차질이 없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교육당국과 대학이 협의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수시와 정시 일정의 변화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며 “입시가 미뤄지면 수시 추가합격자 모집 일정이 단축되는 등 수험생들이 불이익이 볼 수 있는 만큼 교육당국이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 6부(재판장 이주영)가 이날 내린 결정은 본안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유지된다. 본안 소송에서 원고가 패소할 경우 성적은 평가원이 채점한 상태로 확정된다. 수험생들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수도 있지만, 항소심 판결은 대입 전형이 끝난 이후에나 나올 전망이다.
본안 소송에서 평가원이 패소할 경우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생명과학Ⅱ 20번 문제가 전원 정답 처리될 경우 표준점수는 하락하게 된다. 과학탐구Ⅱ는 서울대와 카이스트(KAIST) 등에 지원하기 위한 필수과목으로, 특히 생명과학Ⅱ는 상위권 학생들의 비중이 높은 과목으로 꼽힌다. 과학탐구Ⅱ 선택과목 중 가장 많은 응시생이 몰린 과목도 생명과학Ⅱ다. 상위권 입시가 한층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평가원의 불신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평가원은 출제 오류 논란에도 ‘이상 없다’는 입장을 고집했다. 2004학년도 수능을 시작으로 2008·2010·2015·2017학년도에도 각각 출제 오류가 인정돼 복수정답이 인정되거나 ‘정답 없음’으로 처리되기도 했다. 2014년도 수능에서도 세계지리 8번 문항에서 같은 논란이 불거져 소송 끝에 모두 정답으로 처리됐고, 출제부위원장에 대한 경징계로 상황은 마무리됐다.
2022학년도 수능에서는 오류와 함께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평가원은 수능 직전까지 “예년 수준에서 출제했다”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 수능은 ‘역대급 불수능’이라는 평가다. 국어와 수학의 표준점수는 지난 수능보다 최대 10점 높아졌고, 절대평가인 영어 1등급 비율은 지난 수능의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6명이던 만점자도 올해는 졸업생 한 명에 그쳤다.
강태중 평가원장은 “시험에 어려움이 있다고 인정할 만한 부분들이 없지 않지만, 전체적으로는 ‘과연 어렵기만 했나’ 하고 볼 필요가 있다”며 “예년과 동질이라고 볼 수 있는 문항들을 비교하면서 성취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등을 확인해야 하는데, 이런 분석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불수능에 정답보류까지 수험생들 혼란 불가피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출제오류 논란이 불거진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에 대해 법원이 정답 결정을 보류하라는 판단을 내리면서다. 생명과학Ⅱ를 치른 수험생들은 빈칸이 포함된 성적표를 받게 됐고, 2022학년도 대학입시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이주영)는 9일 수험생 92명이 교육과정평가원을 상대로 낸 수능 정답결정취소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이번 수능에서 생명과학Ⅱ를 응시한 수험생들은 지난 2일 법원에 정답 결정 처분 취소 본안소송과 함께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재판부는 “정답결정처분의 효력이 유지될 경우 신청인들은 이 사건 처분에 따라 생명과학Ⅱ 과목의 등급이 결정된 성적표를 받게 되고 이를 기준으로 2022학년도 입시에서 합격 여부가 결정된다”며 “이는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평가원은 그동안 수능에 ‘이상 없다’고 강조해 왔다. 강태중 평가원장은 이날 해당 논란에 대해 “미흡했지만 문제의 타당성은 유지된다”며 “문제를 풀어낸 수험생들이 적지 않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정답을 유지하는 것이 공평성에서 의의가 있다”고 답했다. 평가원은 10일 예정대로 수험생들에게 성적표를 전달할 예정이다. 하지만 생명과학Ⅱ를 치른 6515명의 학생들은 이 과목의 점수를 제외한 성적표를 받게 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평가원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들과 협의해 빠른 시간 내에 향후 일정 등 필요한 사항을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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