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근권한제한·처벌강화 시급
지난해 국가기관과 지자체에서 유출된 개인정보가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공무원이 흥신소에 넘긴 개인정보로 피해자의 집 주소를 알아낸 뒤 찾아가 살해하는 일이 발생하는 등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유출이 문제가 되고 있지만, 정보를 유출한 이들은 대부분 경징계 처분에 그쳐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기관·지자체에서 유출된 개인정보(신고건수 기준)는 9만6249건으로, 전년(2만8092건)보다 3.4배 증가했다. 개인정보를 유출해 징계를 받은 사람도 2018년 43명에서 2019년 58명, 2020년 71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 지난달 전 연인의 집에 찾아가 여성의 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석준 역시 수원 권선구 공무원이 2만원을 받고 흥신소에 넘긴 정보로 주소를 알아냈다. 해당 공무원은 2년간 흥신소에 개인정보 1100여건을 주고 4000만원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에서도 구청에서 일하던 사회복무요원이 넘긴 개인정보가 범행에 활용된 바 있다.
이처럼 유출한 개인정보가 범죄에 악용되고 있지만, 정보를 유출한 이들에 대한 처벌은 가볍다. 2018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징계를 받은 공무원 184명 중 중징계(해임·파면) 처분을 받은 사람은 4명(2.2%)에 불과했다. 정부·지자체가 유출자를 형사 고발한 사례도 2건뿐이다. 개인정보보호법은 공무원이 개인정보 유출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인 것이다.
n번방 사건을 계기로 2020년 6월부터 사회복무요원의 개인정보 취급 업무가 금지됐지만, 사회복무요원이 개인정보를 열람하는 일은 여전히 비일비재하다는 증언도 나온다. 지난해 서울의 한 구청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한 A(26)씨는 “업무가 많을 때면 사회복무요원도 공무원 계정으로 개인정보 시스템에 접속해 업무를 도왔다”며 “마음만 먹으면 개인정보를 조회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유출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 분위기가 문제”라며 “처벌을 강화하지 않으면 개인정보 유출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도 “개인정보 접근 권한을 엄격히 제한하고 로그 기록을 모니터링하는 등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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