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계엄군으로 투입됐던 정보병의 딸이라고 밝힌 한 여성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 참가자들을 위해 커피 1000잔을 선결제한 사연이 화제다.
14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의 한 카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를 공개하면서 “유선을 통해 후원하는 이유를 듣게 됐다. 그 마음이 너무 귀하고 가슴에 울림이 가득했다”고 전했다.
해당 카페에 음료 1000잔을 선결제한 주인공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 투입됐던 정보병의 딸이자 현재 프랑스에 거주하는 큐레이터 그리다(39)씨다.
그리다씨는 이날 엑스(X)에 “아침이슬로 다시 만난 세계: 어느 계엄군 딸의 고백문 그리고 천 잔의 커피”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자신의 사연을 써내려갔다.
그는 “꿈도 많고, 재주도 많고, 공부까지 잘했던 우리 엄마. 작은 시골 마을에서 선택할 수 있었던 길은 먹여주고 재워주고 능력을 인정해주는 군대뿐이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차별과 억압, 꿈과 자유가 이상하게 뒤엉킨 혼란스러웠던 그때의 어느 날, 엄마는 광주로 가 그곳에 모인 빨갱이들을 척결하라는 명령을 받았다”며 “정보병이었던 엄마는 거리로 나가지 않았지만 함성과 총성, 비명과 통곡, 끌려오는 무고한 사람들의 부서진 몸과 얼굴이 지옥처럼 엄마를 짓눌렀다”고 털어놨다.
그리다 씨는 올 여름 한국을 방문해 어머니로부터 당시 광주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아침이슬’을 부르다 목이 메곤 했다며 “광주를 도망치듯 빠져나왔던 미안함, 역사의 한가운데에서 그들 곁에 있지 못했던 죄책감, 진실의 반대편에 서 있다는 쓸쓸함 때문이었을까”라고 전했다.
그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결정을 한 배경에 대해 “국회에 무장한 계엄군이 진입했으나 시민들이 이를 막아냈다는 소식을 접하고 다시 1980년 광주와 어머니를 떠올렸다”면서 “비상 계엄 사태 이후 사나흘 동안 잠을 못 잤다. 시민들에게 마음을 보태는 것이 어머니의 몫까지 치유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이어 “혁명의 땅 프랑스에서 그 기운을 담아 1000잔의 커피를 보낸다”며 “에펠탑 앞에서 ‘다시 만난 세계’를 부르며 마음을 보태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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