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각 결정 이끌려는 꼼수 아닌가
野, ‘6인 체제 헌재’ 책임 느껴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어제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기 전까지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판관 임명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불과 그제까지도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 권한을 전부 넘겨받은 것’이란 식으로 말했던 것을 뒤집은 셈이다. 현 ‘6인 체제’ 헌재가 대통령 파면을 선고하려면 6명 모두의 찬성이 필요하다. 권 원내대표는 이 점에 착안해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 국무총리의 재판관 임명을 막거나 최대한 미루려는 꼼수를 부리는 것 아닌가.
헌법은 헌재 재판관 9명 모두를 대통령이 임명하되 그중 3명은 국회가 선출하고 다른 3명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도록 했다. 철저한 3권분립 원칙을 반영한 결과다. 다수 헌법학자는 ‘대통령 몫 재판관이라면 모를까, 국회가 뽑거나 대법원장이 선택한 재판관의 임명은 요식행위인 만큼 대통령 권한대행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한다. 이미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던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법원장이 지명한 이선애 재판관을 임명한 전례도 있다. 권 원내대표의 주장은 국회의 권위와 자율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처사일 뿐이다.
헌재는 탄핵 사건 접수 후 180일 안에 결론을 내려야 한다.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63일이 걸렸고, 박 전 대통령의 경우 91일 만에 선고가 이뤄졌다. 국정 공백 최소화를 위해 헌재가 그만큼 노력했음을 보여준다. 노 전 대통령 때는 재판관 9명 전원이 심판에 관여했으며, 박 전 대통령 사건은 심리 도중 재판관 1명의 임기가 끝나 8명이 만장일치로 결정을 내렸다. 만약 재판관 6명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을 심리한다면 기간도 오래 걸리겠지만, 무엇보다 그 결론을 수긍할 국민이 몇이나 되겠나. 여당 지도부는 재판관 9명이 채워진 ‘완전체’ 헌재의 결정만이 국민적 동의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애초 국회 몫 재판관 3명이 공석이 된 데에는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잘못이 크다. 부처 장관, 방송통신위원장, 검사 등 윤석열정부 공직자들을 잇달아 탄핵해 직무를 정지시킨 다음 헌재 결정을 최대한 늦추고자 일부러 공백을 방치한 것 아닌가. 그랬던 민주당이 막상 윤 대통령 탄핵 국면을 맞아선 재판관 임명을 서두르고 한 권한대행을 향해 임명권 행사를 압박하는 행태는 이율배반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여야 모두 당리당략을 버리고 일단 ‘9인 체제’ 헌재부터 만든 뒤 심판 결과를 기다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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