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가를 꿈꾸던 여고생이 급성백혈병 진단받은 지 1년여 만에 병을 극복하고 무대로 돌아갔다.
17일 서울성모병원에 따르면 선화예고 1학년의 세연이가 병원을 찾은 것은 지난해 5월이다. 무용 실기수업 중 갑자기 평소보다 피곤하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세연이는 너무 열심히 연습해 몸이 힘들어졌다고 생각해 지나쳤다고 한다. 그러던 중 학교 건강검진 결과에서 백혈구 수치가 높다는 말에 급하게 서울성모병원을 방문, 급성림프모구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검사 결과 ‘최고 위험군’. 곧바로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급성림프모구백혈병은 골수 내에서 림프구계의 백혈구가 미성숙 상태에서 필요 이상으로 과다 증식하고 정상적인 조혈기능을 억제하여 발생하는 악성 혈액질환으로, 20세 이하 백혈병 환자들의 약 8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대부분 항암치료만으로 완치가 되지만, 세연이처럼 백혈구수가 수십만이 된 최고 위험군 환자는 조혈모세포이식이 필요하다.
집안 모두 건강했기에 백혈병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진단을 믿을 수가 없었다. 온종일 무용복을 입고 연습을 한 결과라고 생각했던 붉게 올라온 피부는 사실 백혈병 증상 중 하나인 점상출혈이었다.
일반중학교에서 예술고등학교에 입학할 만큼 무용을 잘하던 꿈많던 세연이는 고교에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휴학을 하게 됐다. 조혈모세포이식을 받기 위해 병원에 입원하기 전, 세연이는 강아지 두 마리를 안고 소리죽여 울었다. 이를 지켜보던 가족 모두 울음바다가 됐다.
그러나 투병 중에도 세연이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올해 초 이식 후 면역억제요법을 하던 중 다시 1학년으로 학교생활을 시작하며 꿈에 그리던 학교 예술제 무대에도 서게 되었다. 개교 50주년 공연은 물론 국립극장 공연까지 마쳤다. 친구들은 “세연이 너라면 버티고 이겨낼 수 있을 거야”라고 격려했다.
그리고 이식 13개월째인 지난 13일, 의료진은 5번째의 마지막 골수검사 결과 암세포가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세연이는 “치료받는 동안 매일 좌절하고 부정적인 생각을 했을 때가 많았지만, 결국 시간이 다 해결해주니 힘내면 좋겠다”며 투병 생활 중인 다른 환아들에게 희망을 메시지를 전했다. 세연이의 가족은 건강을 되찾아 공연까지 하게 된 하루하루가 “기적 같다”고 말했다.
혈액병원 윤희성 전문간호사는 “치료를 잘 받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그 자체가 저희에게는 보람이자 큰 선물”이라며 “세연이의 한 걸음 한 걸음을 응원하고 늘 기도한다”고 건강을 기원했다.
세연이의 주치의인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정낙균 교수는 “소아청소년기 급성백혈병은 많은 경우 치료가 가능해져 ‘불치병’은 아니지만, 힘든 치료과정에서 좌절하고 학교에 다시 복귀할 때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이 많다”며 “체력적으로 힘들었을 텐데 이를 극복하고 선화 50주년 동문 무용제라는 뜻깊은 무대에서 친구들과 멋진 공연을 보여준 세연이를 보며 가슴 뭉클한 감동을 받았다. 백혈병을 치료하는 많은 친구에게 힘이 될 수 있도록 멋지게 성장해 한국을 대표하는 무용가가 되기를 바란다“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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