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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천벽력 같은 백혈병 진단… 꿈 포기 하지 않은 10대 무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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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12-17 20:38:35 수정 : 2024-12-17 20:3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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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여 투병끝에 다시 무대로 복귀

무용가를 꿈꾸던 여고생이 급성백혈병 진단받은 지 1년여 만에 병을 극복하고 무대로 돌아갔다. 

 

17일 서울성모병원에 따르면 선화예고 1학년의 세연이가 병원을 찾은 것은 지난해 5월이다. 무용 실기수업 중 갑자기 평소보다 피곤하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세연이는 너무 열심히 연습해 몸이 힘들어졌다고 생각해 지나쳤다고 한다. 그러던 중 학교 건강검진 결과에서 백혈구 수치가 높다는 말에 급하게 서울성모병원을 방문, 급성림프모구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검사 결과 ‘최고 위험군’. 곧바로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지난해 선화예고 입학 후 백혈병 진단 전 세연이 모습.

급성림프모구백혈병은 골수 내에서 림프구계의 백혈구가 미성숙 상태에서 필요 이상으로 과다 증식하고 정상적인 조혈기능을 억제하여 발생하는 악성 혈액질환으로, 20세 이하 백혈병 환자들의 약 8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대부분 항암치료만으로 완치가 되지만, 세연이처럼 백혈구수가 수십만이 된 최고 위험군 환자는 조혈모세포이식이 필요하다.

 

집안 모두 건강했기에 백혈병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진단을 믿을 수가 없었다. 온종일 무용복을 입고 연습을 한 결과라고 생각했던 붉게 올라온 피부는 사실 백혈병 증상 중 하나인 점상출혈이었다.

 

일반중학교에서 예술고등학교에 입학할 만큼 무용을 잘하던 꿈많던 세연이는 고교에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휴학을 하게 됐다. 조혈모세포이식을 받기 위해 병원에 입원하기 전, 세연이는 강아지 두 마리를 안고 소리죽여 울었다. 이를 지켜보던 가족 모두 울음바다가 됐다.

급성백혈병 입원 치료 기간 세연양 모습. 

그러나 투병 중에도 세연이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올해 초 이식 후 면역억제요법을 하던 중 다시 1학년으로 학교생활을 시작하며 꿈에 그리던 학교 예술제 무대에도 서게 되었다. 개교 50주년 공연은 물론 국립극장 공연까지 마쳤다. 친구들은 “세연이 너라면 버티고 이겨낼 수 있을 거야”라고 격려했다. 

 

그리고 이식 13개월째인 지난 13일, 의료진은 5번째의 마지막 골수검사 결과 암세포가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세연이는 “치료받는 동안 매일 좌절하고 부정적인 생각을 했을 때가 많았지만, 결국 시간이 다 해결해주니 힘내면 좋겠다”며 투병 생활 중인 다른 환아들에게 희망을 메시지를 전했다. 세연이의 가족은 건강을 되찾아 공연까지 하게 된 하루하루가 “기적 같다”고 말했다.

감염 위험으로 치료과정 중 만나지 못한 강아지들과 치료 과정을 마친 후 산책하는 모습. 

혈액병원 윤희성 전문간호사는 “치료를 잘 받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그 자체가 저희에게는 보람이자 큰 선물”이라며 “세연이의 한 걸음 한 걸음을 응원하고 늘 기도한다”고 건강을 기원했다.

올해 선화예고 50주년 기념 예술제 무대공연에서 무대에 선 세연이(뒷줄 오른쪽 두번째) 

세연이의 주치의인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정낙균 교수는 “소아청소년기 급성백혈병은 많은 경우 치료가 가능해져 ‘불치병’은 아니지만, 힘든 치료과정에서 좌절하고 학교에 다시 복귀할 때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이 많다”며 “체력적으로 힘들었을 텐데 이를 극복하고 선화 50주년 동문 무용제라는 뜻깊은 무대에서 친구들과 멋진 공연을 보여준 세연이를 보며 가슴 뭉클한 감동을 받았다. 백혈병을 치료하는 많은 친구에게 힘이 될 수 있도록 멋지게 성장해 한국을 대표하는 무용가가 되기를 바란다“고 격려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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