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평성 내세워 李 사법절차 진행 압박
공수처·경찰 향해선 “사법 쿠데타” 맹폭
“쇄신보단 李 재판 반사이익 노려” 지적
與 지지도 4개월 만에 처음 野 앞질러
보수 결집으로 ‘계엄의 늪’ 빠져 尹 엄호
국민의힘은 16일 윤석열 대통령 체포를 계기로 형평성을 내세우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절차 진행 압박에 나섰다. 여당이 반성과 쇄신 등 자체적인 노력을 하기보다 이 대표의 재판 결과만 기다리며 반사이익만 노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대통령에 대한 사법절차는 KTX급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사법절차의 완행열차에 느긋하게 앉아있는 사람도 있다”면서 “바로 민주당 이 대표”라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공직선거법 위반을 비롯해 위증교사·뇌물·제3자 뇌물·업무상 배임 혐의 등 이 대표가 받고 있는 형사 재판들을 언급하며 “이 대표 앞에만 가면 느려지는 법원의 재판 진행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지금 국민들이 묻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2심 판결은 3개월 이내에 나와야 하지만, 두 달 넘게 첫 공판조차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가리켜 “통상 선거법 관련 사건에 적용되는 6·3·3 원칙을 따랐다면 1년 안에 대법원 판결까지 나왔어야 할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직 대통령은 불법적 영장까지 발부해서 체포하면서 야당 대표 관련 사건은 눈치 보며 차일피일 미뤄서야 되겠나”라며 “남의 재판은 빨리하라고 재촉하면서 자기 재판은 기어가는 사람이 무슨 염치로 법 앞의 평등을 입에 담느냐”고 지적했다.
또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을 체포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을 맹폭했다. 권 위원장은 “스스로 민주당의 부역자가 돼 법치 붕괴의 선봉에 섰다. 사법쿠데타를 일으켰다”고 했고, 권 원내대표는 “대한민국 공권력이 마치 나치 독일의 게슈타포, 소련의 비밀경찰인 KGB, 북한의 보위부처럼 이재명 세력의 찬탈 도구로 전락했다”고 맹비난했다. 나경원·조배숙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 30여명은 이날 공수처를 항의방문해 공수처의 해체와 오동운 공수처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런 모습을 두고 윤 대통령 탄핵 인용 시 조기 대선 국면으로 넘어가야 할 국민의힘이 여전히 ‘계엄의 늪’에 빠져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이자 비대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대통령께서 번민이 굉장히 크셨을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왜 계엄을 선포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내용이 중요하다”고 했다. 사실상 ‘12·3 비상계엄 사태’를 민주당 탓으로 돌리며 윤 대통령을 엄호하는 셈이다.
체포되기 이전까지 ‘버티기’ 모드였던 윤 대통령이 보수 결집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린 것 역시 국민의힘이 ‘계엄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있는 이유로 꼽힌다.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힘 정당 지지도가 약 4개월 만에 처음으로 민주당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13~15일 18세 이상 100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1월 셋째 주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이 35%, 민주당이 33%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지난주 대비 국민의힘은 3%포인트 상승, 민주당은 3%포인트 하락하며 역전이 일어난 것이다.
‘정권 재창출에 공감한다’는 응답이 41%로 지난주보다 4%포인트 오르고, ‘정권 교체에 공감한다’는 48%로 5%포인트 떨어지면서 두 응답의 격차도 16%포인트에서 7%포인트로 대폭 줄었다. 차기 대통령 적합도에서 민주당 이 대표(28%)가 20%대로 내려가고,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여권에서 유일하게 두 자릿수(13%)를 기록하며 2위에 오른 점도 보수 결집 효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민주당에 대한 반감이 높아진 결과로 본다”면서 “지지율 반등세를 이어가려면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계엄에 대한 당 입장이나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정리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