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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 ‘불황의 그림자’…가구당 月 평균 식품비 80만원 넘었다

입력 : 2025-02-10 05:00:00 수정 : 2025-02-08 20: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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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당 식품비 지출 증가…5년새 24% 상승
신선식품 소비 감소…가공식품 소비 증가세
‘식탁 불황’ 심화…생존형 소비 트렌드 확산

서울에 거주하는 40대 가장 김모 씨는 최근 몇 년 사이 식품비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고 느끼고 있다. 김 씨네 가족은 맞벌이 부부와 초등학생 두 자녀로 구성된 4인 가구로, 외식보다는 집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김 씨는 “예전에는 신선한 채소나 과일을 자주 사서 먹었는데, 요즘은 가격이 너무 올라서 대형마트에서 세일하는 가공식품을 주로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의 아내 이모 씨는 “외식 비용도 부담스러워서 주말에도 집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신선식품보다 가공식품을 더 많이 먹다 보니 건강이 걱정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게티이미지뱅크

 

경기 불황과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식품비 지출이 90만 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의 허리띠 졸라매기가 본격화되면서 식품 소비 패턴에도 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계 경제의 압박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보관이 용이한 가공식품 소비를 늘리고 있다”며 “이런 변화가 장기화될 경우 국민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가구당 월평균 명목 식품비는 89만4000원으로, 전년 동기(87만원) 대비 6.5% 증가했다. 이는 2019년 3분기(70만원)와 비교하면 24.0% 증가한 수치다. 가구당 식품비 지출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식품 유형별로 보면 신선식품 지출이 감소한 반면, 가공식품 소비는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 신선식품 실질 지출액은 16만3000원으로 전년 동기(17만2000원) 대비 5.2% 줄었다. 총 식품비에서 신선식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22.2%로, 전년 동기 대비 1.2%포인트 낮아졌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3분기와 비교해도 6.4% 감소한 수준이다. 코로나19 시기에는 외식 감소로 가정 내 신선식품 소비가 증가했으나, 이후 다시 하락해 팬데믹 이전보다도 낮아진 모습이다.

 

가공식품 지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가구당 월평균 가공식품 실질 지출액은 21만1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7% 증가했다. 2019년과 비교하면 3.5% 늘었다. 가공식품이 총 식품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8.6%로, 전년(28.4%) 대비 소폭 상승했다.

 

가공식품 내에서도 곡물가공품, 육류가공품, 기타 간편식품 등의 지출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다. 수산가공품, 유가공품, 과일·채소가공품 등의 소비는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식사 준비 과정의 간소화를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가 지속되면서 간편식품, 냉동식품 소비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구당 월평균 외식비 실질 지출액은 지난해 3분기 36만3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했다. 2022년 엔데믹 이후 급격히 증가했던 외식비 지출이 다소 주춤했다가 다시 회복세를 보이는 모습이다. 물가 상승과 경기 불확실성으로 인해 외식비 증가폭은 이전보다 둔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면서 식품업계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국내 식료품 제조업의 재고율은 99.3%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음료 제조업의 재고율은 107%로 출하량을 초과했다. 이는 소비 둔화로 인해 제품이 원활히 판매되지 않고 창고에 쌓이고 있음을 의미한다.

 

대형마트 진열대에 쌓인 소주들. 뉴시스 자료사진

 

고물가 시대에 식비는 단순한 지출 항목이 아니라 생존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식료품이 줄어들면서 가계 경제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1+1’ 할인 상품을 찾아 나서고, 외식 횟수를 줄이며, 더 저렴한 대체 식품을 고민하는 등 소비 패턴을 변화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한 식품 가격 안정화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식탁 불황’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이제 식비 절약은 단순한 소비 축소가 아니라, 생활 방식 자체가 바뀌는 흐름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정부와 업계의 대응이 없다면, 소비자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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