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자 프로배구 대한항공의 ‘봄 배구’ 탈락의 위기에서 기사회생했다.
대한항공은 28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V리그 남자부 플레이오프(PO, 3전 2승제) 2차전에서 유광우의 노련한 경기 운영 아래 주전들의 고른 활약을 앞세워 KB손해보험에 세트 스코어 3-0(25-18 25-22 25-22)으로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현대캐피탈이 기다리고 있는 챔피언결정전에 오를 팀은 30일 의정부 경민대체육관에서 열리는 3차전에서 결정된다.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의 용병술이 제대로 들어맞은 한 판이었다. 세트 스코어 1-3으로 패한 1차전에서 유일하게 세트를 따낸 3세트의 라인업을 이날 선발 라인업으로 들고나왔다. 세터는 한선수에서 유광우로, 아웃사이드 히터 두 자리는 정지석과 곽승석 대신 정한용, 미들 블로커 두 자리도 김민재에 김규민 대신 신인 최준혁을 내세웠다. 아포짓 카일 러셀(미국)과 리베로 이가 료헤이(일본)는 그대로 코트를 지켰다.

유광우의 노련한 경기 운영 아래 러셀이 서브득점 4개, 블로킹 2개 포함 양 팀 통틀어 최다인 22점(공격 성공률 61.54%)을 폭발시키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1차전만 해도 러셀의 공격 점유율이 50%를 넘겼지만, 이날은 37.68%로 40%에도 미치지 않았다. 대신 정한용(10점)과 정지석(8점)이 왼쪽 측면에서 화력을 보탰고, 유광우는 고비마다 양 날개가 아닌 코트 가운데의 미들 블로커들의 속공 옵션을 활용하며 KB손해보험 블로커들을 흔들었다.

이날 대한항공은 팀 공격 성공률 56.52-46.42% 우위를 비롯해 팀 블로킹 10-9, 팀 서브 득점 5-1까지 모든 면에서 KB손해보험보다 한 수 위의 기량을 선보였다. 심지어 범실마저도 13-21로 더 적었다. 대한항공은 질래야 질 수 없는 경기였고, KB손해보험은 이길래야 이길 수가 없는 경기였던 셈이다.

경기 뒤 틸리카이넨 감독은 “오늘 코트 안에서 좋은 모습들이 많이 나왔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선수들의 모습이 좋았다. 그 덕분에 경기 결과가 좋았다. 다음 3차전이 매우 뜨거울 것 같아 기대가 된다”며 승리 소감을 밝혔다. 이어 “오늘 선발 라인업은 지난 1차전 3세트를 참고한 게 맞다. 다음 경기는 그때 가봐야 라인업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즌 막판 ‘우승 청부사’로 영입한 러셀에 대해 묻자 틸리카이넨 감독은 “카일이 서브도 그렇고, 중요한 순간 공격도 그렇고 좋은 아포짓 스파이커들이 가져야 할 조건들을 모두 지닌 선수 같다”라면서 “러셀도 잘 했지만, 오늘은 모든 선수들의 몸에 불이 활활 타오른 것 같은 활약이었다”라고 답했다.
지면 끝장인 엘리미네이션 경기에서 신인으로 경험이 부족한 최준혁을 내세운 틸리카이넨 감독이다. 최준혁은 팀 내에서 ‘웸비’로 불린다. NBA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외계인’ 빅터 웸반야마(프랑스)의 애칭으로, 최준혁이 팀 내에서 스스로 별명으로 정한 것이다. 그는 “웸비는 코트에서 별로 긴장한 것 같지 않았다. 퍼포먼스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긴장을 하지 않고 본인 역할을 하는 게 선수로서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면서도 “단, 이건 내 생각일 수 있다. 웸비에게 더블 체크를 해야 할 것이다”라며 웃었다.

이틀 뒤 30일 열리는 3차전은 두 팀 모두 더 이상 물러날 곳 없는 배수진 승부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미친 듯이 싸울 것이다. 마지막 득점이 나는 순간까지. 우리는 이기고 싶다. KB손해보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기는 팀은 남고, 지는 팀은 집에 간다. 우리가 남겠다”라고 외치며 굳은 각오르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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