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위축 등 부작용 줄일 협의 부족”
與 “당연한 결론” 野 “정당성 없는 폭거”
‘소득대체율 43%’ 연금 개정안은 공포
韓 대행, 각의 후 경제안보TF 첫 회의
美 상호관세에 민·관 원팀 대응 강조
軍 도라관측소 찾아 “北 대비태세 강화”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 국무총리가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 기각으로 대행직에 복귀한 후 첫 거부권 행사다. 여당은 “당연한 결론”이라며 환영했지만, 야당은 “정당성 없는 폭거”라고 반발했다.
한 권한대행은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상법 개정안에 “고심을 거듭한 끝에 국회에 재의를 요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법률안이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을 포함한 대다수 기업의 경영 환경 및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보다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대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13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은 이사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여당은 기업 경영권 위축, 해외 사모펀드의 국내 기업 경영권 공격 등을 이유로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韓 대행 “상법 개정안, 일반 주주 보호에 역행”
한 권한대행은 거부사유로 여당과 같은 ‘기업 경영 위축’을 들었다. “기업의 경영 의사결정 과정 전반에서 이사가 민형사상 책임과 관련한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됨으로써 적극적 경영 활동을 저해할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아울러 한 권한대행은 “입법 과정에서 입법 취지를 명확히 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충분한 협의 과정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 권한대행은 상법 개정안의 기본 취지에 반대하는 것이 결코 아니라면서 정부가 추진 중인 자본시장법 개정안으로도 상법 개정안의 취지인 ‘일반 주주 보호’가 가능하다고 했다.

이번 재의요구는 한 권한대행이 지난달 24일 직무 복귀 뒤 행사한 첫 거부권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직 수행 기준으로는 일곱 번째. 이에 윤석열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41개로 늘었다.
국무회의 뒤 한 권한대행은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와 경제안보전략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열었다. 한 권한대행은 이 자리에서 미국 정부가 2일(현지시간) 발표할 상호관세과 관련해 “회장님들이 대표하는 각 분야에서의 문제를 정부 차원에서 조금이라도 보완하고 강화하는 쪽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번 조치로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큰 자동차 등 각 산업에서 긴급하게 필요한 조치에 대해서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4대 그룹 회장들은 기업도 국익 차원에서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한다.
한 권한대행은 이어 육군 1사단 도라관측소를 찾았다. 이 자리에서 한 권한대행은 북한이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우리 군은 이러한 북한이 감행할 수 있는 모든 도발 시나리오를 예측해 철저히 대비해달라”고 당부했다. 한 권한대행은 “최근 한반도의 안보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하다”며 “확고한 정신무장과 강력한 전투력으로 대비태세를 더욱 굳건히 하여 적이 감히 넘볼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野 “시장경제 혼란”… 與 “자본시장법 개정부터”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에 강하게 반발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결국 한 권한대행은 국민의 공복이 아닌 기득권 집단의 꼭두각시임을 스스로 입증한 것”이라며 “한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는 아무런 정당성도 갖추지 못한 폭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성준 정책위의장도 “한 권한대행이 직무에 복귀하자마자 시장경제 질서를 바로잡기는커녕 혼란스럽게 만드는 선택부터 했다”고 거들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거부권 행사를 환영하며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당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당연히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상법 개정안을 (국회 재표결에서) 부결시킨 뒤 민주당과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를 적극 협상하겠다”며 “상장기업만 규율해 부작용이 있는지 살펴본 후 다음 단계로 나아가도 되는 것 아닌가”라고 가세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공포했다. 개정안은 내년부터 보험료율(내는 돈)은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받는 돈)은 41.5%에서 43%로 인상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는 “모수개혁이 마무리된 만큼 이제 우리 미래세대가 짊어져야 할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연금 재정 구축을 위한 구조개혁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청년층을 포함해 각계각층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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