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룡들은 “여야 모두 승복해야”
野, ‘중대결심’ 접고 전열 재정비
박홍근·김우영 “불복할 수도”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4일로 예고하자, 정치권은 1일 일제히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선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여야 모두 헌재의 신속한 선고를 촉구해왔지만, 정작 선고 결과는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국민의힘은 조심스레 ‘탄핵 기각’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헌재가 빠른 시간 내에 기일을 잡은 것에 대해 다행으로 생각하고 환영한다”며 “법리와 양심에 따라서 공정한 판결이 내려질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국민의힘은 헌재의 판결에 승복할 것”이라며 “헌재는 특정 결론을 유도하는 민주당의 공세에 절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나경원·추경호·박대출 등 국민의힘 의원들은 탄핵심판 선고기일이 발표된 직후 속속 헌재 앞으로 향했다. 한 영남권 친윤(친윤석열)계 의원은 “기각 또는 각하가 되겠지만, 안심할 수 없다”며 “남은 시간 동안 (헌재를 향해)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고 했다.
여권 대선주자들 사이에선 정치권의 ‘승복’을 강조하는 메시지가 주를 이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헌법재판소의 선고가 내려질 때까지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그 결과에 모두가 승복할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라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 역시 “정치권은 여야 모두 헌재 결정에 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의원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어떤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대통령 여야 정치권 모두 존중하고 승복해야 한다”고 했다. 나머지 여권 잠룡들인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을 비롯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공개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인용’ 결정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서도 만에 하나 기각 또는 각하 결정이 나올 수 있다는 불안감도 엿보였다. 야권은 헌재의 선고 예고일 지정이 8대 0 인용 결정으로 의견을 모은 것이라고 안심하면서도, 기각 및 각하 의견이 나오거나 인용 5 대 기각 및 각하 3으로 기각 또는 각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위기도 읽혔다.
헌재가 선고 예고일을 알린 뒤, 민주당의 공식 입장이 나오기까지는 약 1시간30분이나 걸렸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헌법재판소는 주권자 국민의 의사를 무겁게 받들기를 바란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고, 이재명 대표 등 지도부는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민주당은 이날을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의 마지노선으로 삼고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쌍탄핵’을 포함하는 ‘중대 결심’을 예고했지만, 헌재가 마 후보자가 없는 8인 체제에서 선고를 결정하면서 전열 재정비에 들어갔다.
당 내부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 기각·각하 시 승복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홍근 의원은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을 파면하는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국민적 불복·저항 운동을 미리 공표하자”고 썼고, 김우영 의원도 SBS라디오에 출연해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 기각·각하 선고를 하는 경우 국민투표로 파면을 결정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투표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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