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2위 보유국…미·영·프에도 보관 중
한국은 1990년부터 영란은행에 보관
독일 차기 정부가 미국 뉴욕의 지하 금고에 보관 중인 자국 금괴를 인출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은 거래 편의와 안전을 고려해 해외 여러 곳에 분산해 금을 보관하고 있다. 한국도 비슷한 이유로 보유한 금 전부를 런던 지하 금고에 보관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독일 차기 집권연합의 일원인 기독민주당(CDU) 고위 관계자들이 뉴욕에 있는 독일의 금괴를 인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뒤 미국이 더 이상 신뢰할 만한 파트너가 아니라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미국에 있는 자국 금괴를 빼 오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트럼프정부 출범 후 미국이 유럽 동맹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안보 문제에서도 홀대하는 등 경제·외교 전반에서 유럽을 적대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는 것과 관계가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유럽납세자협회의 미하엘 예거는 “(미국에 있는) 독일 금괴를 모두 가능한 한 빨리 (독일 중앙은행이 있는) 프랑크푸르트로 옮기거나 아니면 최소한 유럽으로 옮기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이 보유한 금은 약 3350톤으로 미국(8133톤)에 이은 세계 2위 금 보유국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유럽 부흥계획인 마셜플랜에 힘입어 경제를 재건하면서 수출이 크게 증가했고 이 잉여금으로 금 보유량도 함께 늘었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에 따르면 독일이 보유한 금은 절반가량만 프랑크푸르트 본사에 있다. 나머지 금은 미국과 영국, 프랑스 중앙은행이 있는 뉴욕, 런던, 파리 지하금고에 보관 중이다.
이렇게 분산 보관하는 것은 국제 금융 중심지에서 금을 즉시 거래하거나 외환으로 전환할 수 있는 유동성 확보와 안전성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독일은 특히 냉전시대 소련의 공격에 대비해 해외 분산 보관을 안전한 대책으로 여겨왔다.
다만 2010년대 유럽의 재정위기 이후 관리 강화 필요성이 제기돼며 금의 국내 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2017년 뉴욕에 있던 금 374톤을 프랑크푸르트로 이전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보유한 금(104.4톤)은 전량 영국 런던의 영란은행(BoE)에 보관 중이다.
한은도 한때 금을 국내와 뉴욕 연방은행 등에 분산 보관했다가 1990년부터 영란은행으로 모두 옮겼다. 런던이 국제 금 거래의 중심지라 거래나 달러화 환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차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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