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경영진 사퇴해야…애꿎은 직원 잡아”
대규모 금융사고 이후 쇄신안을 발표한 IBK기업은행이 노사 갈등에 직면했다. 기업은행 노조 측이 ‘부당대출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할 경영진 대신 평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며 쇄신안 내용에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14일 전국금융산업노조 기업은행지부에 따르면 기업은행 노조는 경영진 비위를 제보할 경우 간부들의 사비를 모아 포상금을 최대 1000만원까지 지급하겠다며 전 직원을 대상으로 공고를 냈다.

은행장, 전무이사, 부행장, 본부장을 대상으로 횡령, 배임, 성(性)비위, 괴롭힘 등 일체의 불법·비위 행위를 모두 제보받겠다는 설명이다.
기업은행은 지난달 882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이 금융감독원에 발각된 이후 김성태 은행장이 직접 경영 쇄신안을 발표했다. 쇄신안에는 향후 대출 시마다 담당 직원과 심사역으로부터 ‘부당대출 방지 확인서’를 받아 시스템적으로 부당대출을 차단하겠다는 구상이 담겼다.
그러나 노조 측은 이 같은 조치가 일선 창구 직원에게 경영진의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기업은행 노조는 “부당대출사태 등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경영진의 낮은 윤리의식과 책임의식”이라며 “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쇄신안은 당장 폐기해야 하고, 사측은 노조가 현장 직원과 함께 만든 10대 혁신안을 즉각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이 경영진 비위 제보를 받게 된 취지도 이러한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노조는 쇄신안에 대한 대안으로 ‘현장 혁신안’을 내놓았다. 내용은 △경영진 총사퇴 △중기대출·창업기업·기술금융 핵심성과지표(KPI) 폐지 △경쟁 유발 가산점 폐지 △부당지시자 엄중 처벌과 부당지시 취급자 면책 제도 도입 △부당대출 신고 시 진상조사위에 노조 개입 △법률·심리 상담 지원 제도 마련 △퇴직 직원의 자회사·협력사 낙하산 인사 근절 △골프 등 접대성 친목 모임 전면 금지 △법무사 배정 시스템 도입 △여신 심사부서의 완전한 독립 등 10가지다.
아울러 기업은행 노조는 이달 16일 오전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 앞에서 조합원 2000명이 참여하는 ‘조직 사수 결의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더불어민주당 전현희·박홍배·정태호 의원, 조국혁신당 신장식·차규근 의원,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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