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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사람] 삼성 서울병원 심장센터 부센터장 흉부외과 전문의 이영탁 교수

입력 : 2008-09-04 09:48:46 수정 : 2008-09-04 09:4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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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피 1순위 분야지만 심장지킴이는 내 천직"
◇무심폐기 관상동맥우회술 권위자인 이영탁 교수는 “혈관이 막혀 죽어가는 환자가 관상동맥우회수술을 받고 다시 건강을 회복해 퇴원하는 모습을 볼 때 흉부외과의사로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송원영 기자
폭 9cm, 무게 약 300g에 불과한 심장은 온몸에 피를 보내는 펌프다. 이 펌프의 기능이 멎으면 누구나 죽기 때문에 그만큼 중요하다. 이 작은 기관인 심장이 필요로 하는 피를 공급하는 것이 관상동맥이다. 심장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모양이 관(冠)과 같다고 해서 관상동맥으로 부른다. 식습관이 서구화하면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져 동맥이 막히면 심장에 산소를 보급하지 못해 협심증이 생기고 이것이 악화하면 심근경색이 된다. 특히 40대 이후 건강을 지키려면 누구나 관상동맥을 목숨과 같이 지키는 게 중요하다.

삼성서울병원 심장혈관센터 부센터장 이영탁 교수(52)는 막힌 관상동맥을 뚫어 심장에 피가 제대로 돌게 하는 관상동맥우회술의 국내 최고 권위자다. 그는 또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 간 방영돼 인기를 끈 MBC드라마 ‘뉴하트’의 역할모델 흉부외과 의사로 유명해진 의사이기도 하다.

가을 기운이 완연한 2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연구실에서 그를 만났다. 늘 긴장 속에 있어야 하는 직업 탓에 스트레스가 적지 않은 만큼 인상이 날카로울 것이라 생각했으나 빗나갔다. 기자가 연구실로 들어서자 “어∼서 오십시오” 하며 하이톤의 반갑게 맞는 그의 목소리는 밝고 부드러웠다. 20년 가까이 생과 사의 갈림길에 있는 환자를 살리기 위해 밤낮 가리지 않고 싸워 온 거친 흉부외과 의사로는 여겨지지 않는 여유와 미소가 그에게 있었다.

‘뉴 하트’ 드라마와의 인연을 물었다. ‘뉴 하트’에 나오는 흉부외과 신임과장 ‘최강국’(조재현 분)이 그를 역할모델로 한 것이다. 이 드라마는 긴박한 흉부외과의 세계를 리얼하게 그려내 흉부외과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세인의 관심을 불러 일으킨 바 있다.

“동료 의사 한 분이 ‘뉴 하트’의 황은경 작가와 아는 사이인데 흉부외과 의사의 세계를 다루고 싶다는 얘기를 저한테 전해왔고 그래서 흔쾌히 승낙했습니다. 3개월 동안 촬영진에게 실제 수술장면에 대해 조언을 했지요. 다행히 반응이 좋아 시청자나 환자들이 우리의 직업을 이해할 수 있게 됐고, 흉부외과에 대한 의대생들의 관심도 많아지게 됐어요.”

이 교수가 주목받는 이유는 ‘뉴 하트’ 때문만이 아니다. 그는 1996년 국내 최초로 심장박동상태에서 수술하는 ‘무(無)심폐기 관상동맥우회술’에 성공했다. 이후 매년 400여건의 관상동맥우회술을 하면서도 90% 이상을 무심폐기 관상동맥우회술로 수술하는 데다 생존율이 99.5%를 보여 관상동맥질환자들이 앞다퉈 그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인에게 생소한 ‘무심폐기 관상동맥 우회술’이 무엇인지 물었다. “심장 질환을 다루는 의사들은 늘 큰 수술을 받고 힘겨워하는 환자들을 지켜봅니다. 그래서 1996년에 도입한 것이 인공심폐기를 가동하지 않는 무심폐기 관상동맥우회술입니다. 다시 말하면, 심장박동 상태에서 수술을 하는 것으로 대동맥을 건드리지 않기 때문에 심폐기를 가동하는 우회술보다 수술 후 합병증이 줄어들 뿐 아니라 심장근육 손상을 감소시킬 수 있지요. 환자입장에서 기왕이면 덜 위험해 선호하게 마련이지요.”

그가 흉부외과 의사를 결심하게 된 것은 서울대 의대 재학시절 현장실습 당시 실제 사람의 심장을 보면서 알 수 없는 매력을 느끼면서부터다. “작은 심장 하나가 사람의 삶과 죽음을 가르는데 흉부외과 의사가 손끝으로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고, 수술에서 회복한 사람이 건강하게 다니는 모습을 보며 이 분야가 최고라고 생각했죠.”

이후 그는 의대를 졸업하고 전공의를 거쳐 부천 세종병원 흉부외과장, 진료부장을 거쳐 2001년에 삼성 서울병원으로 옮겨 20년째 이 길을 걷고 있다.

드라마 ‘뉴 하트’에서 보듯 흉부외과 의사의 일상은 긴장의 연속이다. 주말도 없이 새벽같이 출근해 밤늦게까지 병원에서 생활하는 게 일상사다. 모임 등으로 밖에 나가있으면 불안하기까지 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자주 흉부외과 후배들에게 “‘의사에게는 순간이지만 환자에게는 영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항상 가져야 한다”고 잔소리한다.

“휴일에 회진을 돌지 않고 차트로만 환자를 점검하는 당직의는 저한테 호되게 야단을 맞습니다. 환자의 손을 잡아보면 그의 상태를 알 수 있어요. 손이 따뜻하면 심장이 잘 뛰고 피가 잘 돌고 있다는 증거지요. 또 (의사의) 따뜻한 손길은 스스로 병세에 공포감이 있는 환자에게는 큰 위안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회진은 걸러서는 안되죠.”

인터뷰 중에도 그의 휴대전화는 계속 올렸다. “혈압 체크해봤어?” “잘 워치하라고!”라는 그의 짧은 지시는 끊이지 않았다.

그는 스스로 힘들어도 보람이 있다고 말하지만 그가 몸담고 있는 흉부외과는 요즘 기피 1순위인 전공분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시쳇말로 ‘고생만 하고 돈은 안 되는’ 분야다.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돈도 많이 벌고 의료사고 부담이 없는 쉬운 길을 택할 수도 있어요. 개인의 선택에 달렸죠. 하지만, 흉부외과 의사는 우스갯소리로 ‘내가 아니면 누가 살리랴’ 는 생각이 필요해요. 힘들지만 보람을 찾고 싶은 후배들은 아직도 적지 않아요. 그래서 좋아요.”

그가 최근에는 심장수술의 교과서로 할 수 있는 ‘간결한 관상동맥우회술’이란 책을 냈다. 그간 이 분야의 책이 외국교과서의 내용과 그림을 그대로 가져온 번역 중심이었으나, 이 책은 이 교수와 동료의사들이 의료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직접 써 주목을 받고 있다.

“사람의 심장이 두 개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는 그는 흉부외과 의사의 바람도 털어놨다.

“한 환자가 심장기능을 상실하면 인공심장을 이식하면 살 수가 있는데 이것이 없어 죽어갑니다. 인공심장은 이식하는 데 1억5000만원가량을 하는데 엄청난 부담이지요. 돈이 없어 사람이 죽는 것입니다. 인공심장 비용이 내리면 죽어가는 사람들이 생명을 이어갈 수 있지요. 인공심장 제조사를 상대로 병원, 보건당국에서 협상을 잘해 값을 많이 내리면 좋겠습니다.”

인터뷰를 정리하며 물었다.

“관상동맥질환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흡연, 가족력이 원인입니다. 술·담배를 줄이고, 운동을 자주하고 40대 이상은 정기검진을 받으면 됩니다”

뻔한 질문에 뻔한 답이지만 흉부외과 국내 최고 권위자의 말인지라 무게감 있게 다가왔다. ‘건강에도 왕도가 없다’는 진리를 새삼 확인하는 순간이다.



박태해 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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