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성적따라 수당 차등지급 “일본의 ‘조선어 장려정책’은 ‘말살정책’으로 가는 임시방편이었습니다.”
허재영(사진) 단국대 교수(국어국문학)는 15일 일제강점기 조선어 장려정책에 대해 “경술국치 당시인 1910년 조선에서 일본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은 인구의 0.5%에 불과했다”며 “일본 헌병, 경찰, 총독부 관리 등은 통치를 위해 조선어를 배워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일제강점기 어문정책과 어문생활’이라는 책을 펴낸 허 교수는 이 분야의 손꼽히는 전문가다.
일본은 조선어 교육을 장려하기 위해 수당을 내걸기도 했다. 허 교수는 “조선총독부가 1918년 ‘조선어 시험 규칙’에 대한 훈령을 공포했다”며 “1920년대부터는 조선어를 얼마나 할 줄 아느냐에 따라 승진과 수당에 차이를 뒀다”고 말했다.
관리들은 시험 성적에 따라 5∼50엔의 수당을 받았고, 불합격자는 상여금이 깎이기도 했다. 그는 “일본 관리들은 조선어 공부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일본의 조선어 장려는 1930년대부터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허 교수는 “일본어를 할 줄 아는 조선인이 점점 늘어나자 수당 등을 축소했고, 조선어 시험도 1943년에 폐지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일부 학자들은 조선어 장려정책을 근거로 해서 일본이 조선의 문화를 어느 정도 인정했다고 주장하지만 일본은 단지 필요에 의해 조선어를 교육했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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