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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사건 고발… 재일작가 김석범 ‘화산도’ 국내 첫 완간

입력 : 2015-10-16 20:25:13 수정 : 2015-10-16 20:2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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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범 지음/김환기·김학동 옮김/보고사/17만원
화산도(火山島) 전 12권/김석범 지음/김환기·김학동 옮김/보고사/17만원


재일 작가 김석범(90)의 장편소설 화산도가 전 12권으로 국내에서 처음 완간됐다. 동국대 일본학연구소 소장인 김환기 교수가 우리말로 옮겼다.

200자 원고지 2만2000매 분량의 화산도는 제주 4·3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1948년 2월 말부터 1949년 6월 제주 빨치산 무장봉기가 완전히 진압될 때까지 이야기다. 주 무대는 제주도다. 서울과 목포, 일본 오사카, 교토, 도쿄도 비중있게 다뤄진다. 소설 속 주인공 이방근은 독립운동에 가담했다가 붙잡혀 친일을 맹세하고 병보석으로 출옥한다. 그는 해방 후에도 친일 세력들이 반공을 내걸고 득세하는 현실에 분노한다. 이방근은 북한의 공산주의 정권에 대해서도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친일파 세력과 서북청년단의 잔혹 행위에 맞서기 위해 빨치산을 지원한다. 기대와 달리 제주 빨치산은 무고한 제주 민중을 희생시킨다. 이방근은 더 깊은 허무와 절망감에 빠진다. 빨치산과 서북청년단, 친일파 경찰이 죽고 죽이는 아비규환의 지옥도에서 이방근 역시 사람을 죽인다.

김석범은 소설에서 이념적 편향을 경계하면서 균형을 잃지 않으려고 애쓴다. 작가는 4·3사건에 휩쓸린 제주 도민의 슬픈 역사를 애도하면서 야만적인 폭력을 고발하고, 이를 통해 인간의 존엄과 평화를 추구한다.

1925년 일본 오사카에 태어난 김 작가는 평생을 4·3사건의 실체 규명에 쏟았다. 18세 때인 1943년 부친 고향인 제주도에서 1년 남짓 머물렀다. 1945년 3월 중국 상하이로 탈출해 충칭의 임시정부를 찾아가다 장티푸스에 걸려 오사카로 돌아간다. 그는 해방 후인 1946년 서울로 돌아와 국학자 정인보 선생이 설립한 국학전문대학 국문과에 입학해 수학하기도 했다.

김 작가는 일본으로 밀항해 온 부친의 형제들로부터 4·3사건 당시 제주도민의 참살 소식을 접하면서부터 4·3사건에 매진한다. 야만적인 권력에 의해 자행된 ‘4·3사건’의 문학적 형상화에 심혈을 기울인다. 1988년 고국을 찾을 때까지 군사정권의 회유와 압박에 시달린다. 그는 제주 4·3 평화상 첫 수상자로 고국에 왔을 때도 보수단체의 공격에 시달렸다.

김 작가는 현재 일본 문단에서 재일조선인 문학이라는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김 작가는 ‘화산도’로 1983년 아사히신문 오사라기지로(大佛次郞) 상과 1998년 마이니치신문 예술상을 받았다. 모두 권위 있는 문학상이다. 화산도는 고단샤, 분게이슌주(문예춘추), 이와나미쇼텐 등 대형 출판사들이 출간해 시판 중이다. 그는 지금까지 30여권의 소설을 냈다.

김 작가는 지난 16일 동국대 서울캠퍼스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주일한국대사관으로부터 여행증명서를 받지 못해 불참했다. 4·3 평화상 시상식 때는 이승만정권을 부정한 발언으로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무엇보다 힘겨운 일은 남에서는 반정부분자, 북에서는 반혁명분자로 취급되는 ‘협공’을 받는 것”이라면서 “폭력의 기억을 불러내는 것이야말로 평화를 위한 것이다. 불편한 진실의 내막을 헤아림으로써 폭력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는다”고 역설한다.

정승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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