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프라이스 최고경영자(앞줄 가운데)와 직원들. 사진 = 그래비티페이먼츠 페이스북 |
프라이스 CEO는 이 일로 적잖은 상처를 받았다. 그는 과도한 카드 결제 수수료로 고생하는 자영업자들을 돕겠다는 마음으로 2004년 형과 함께 회사를 차려 더 적은 수수료로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해 왔으며, 직원들도 잘 대우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자기가 괜한 비난의 희생양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주변에서 그를 격려할수록 그의 기분은 나빠져만 갔다. 4년간의 고속성장의 결실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물거품되는 경험을 한 뒤 직원들의 임금 인상을 억제해 온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 것이다.
그는 자기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경기 침체로 너무 큰 타격을 받은 나머지 임금 통제로 (향후 위기에) 대비해 왔는데, 그게 우리 직원들에게 상처를 줬던 겁니다.”
프라이스는 이후 3년간 직원들의 임금을 20% 인상했다. 그래도 회사의 이익 성장률은 임금 상승률보다 높았다.
마침내 그는 지난 4월13일(현지시간) 재계에 커다란 ‘폭탄’을 떨어뜨렸다. 자신의 연봉(110만달러)를 깎고 전직원 120명의 최저연봉을 3년 내 7만달러(약 8000만원)로 올리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자신의 연봉은 즉각 7만달러로 내리고 최저연봉을 5만달러로 인상했다. 최저연봉은 향후 2년간 1만달러씩 단계적으로 올리기로 했다. 연봉 5만∼7만달러를 받는 직원들의 임금은 5000달러씩 인상키로 했다. 2주 동안 밤잠을 못 이룰 정도로 고민한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쓰나미 같은 반응이 몰려왔다. 소셜미디어에 5억건 이상의 반응이 올라왔고 이 소식을 다룬 NBC방송 뉴스 동영상은 역대 최다 공유 횟수를 기록했다. 프라이스 CEO는 자기 몫을 줄여 노동자를 돕는 ‘현대판 로빈후드’로 추켜세워졌다. 2000년 이래 실질임금 인상률이 제자리를 걷고 있는 미국 내 ‘임금인상-소비지출 증가-경제성장’의 상관관계에 관한 논쟁에도 불이 지펴졌다.
역풍도 컸다. 폭스뉴스 등 보수 성향 언론들은 과도한 임금이 노동자를 게으르게 하고 시장경제 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다며 뭇매를 가했다. 실제로 직원 2명이 “회사에 출근도장만 찍고 다니는 사람들이 나와 똑같은 돈을 번다”며 사표를 냈다. 수백억원대 자산가인 방송인 러시 림바우는 “경영전문대학원에서 이 회사를 ‘왜 사회주의가 작동하지 않는지’에 대한 연구 사례로 삼아야 한다”고 조롱했다.
회사를 떠난 이들의 자리는 신규 인력으로 채웠다. 프라이스의 ‘깜짝 선언’ 직후 한주 동안 이 회사에는 이력서가 4500통이나 몰렸다. 지난 9월에는 태미 크롤(52·여)이 야후 임원직을 때려치우고 그래비티에 입사했다. 연봉이 80%가량 줄었다는 크롤은 “수년간 돈만 보고 살았다. 이제는 뭔가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회사 영업사원인 개럿 넬슨(31)은 올해 연봉이 5000달러 올랐다. 그는 다섯 자녀의 교재 구입비와 음악 수업료로 이 돈을 쓴다. 프라이스 CEO의 중학교 동창이기도 한 넬슨은 “(고향인) 아이다호 사람들은 다들 프라이스가 미쳤다고 말하지만, 임금 인상이 직원들의 활력을 북돋우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그래비티의 실험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 사이 프라이스는 자신의 주식을 팔고 은퇴 계좌를 청산했을 뿐 아니라 자기 소유 집 두 채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300만달러를 추가로 회사에 투자했다.
4년 전 임금 문제를 제기하던 직원을 이해하지 못했던 프라이스 CEO는 이제 이렇게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월급으로 근근이 살아가죠. 그런에 어째서 저한테는 남들의 10년치 연봉이 필요한 겁니까.” 그는 적당한 수입으로 사는 것이 “오히려 내 자신에게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프라이스는 이어 “연봉 인상은 비즈니스 전략이 아니라 도덕적 책무”라며 “이 조치로 인해 회사가 침몰하지 않을 뿐 아니라 업계 전반의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사진 = 그래비티페이먼츠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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