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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talk톡]‘눈먼 돈’ 오명 벗기 기재부 꿈 ‘기대半 우려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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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1-06 20:01:04 수정 : 2015-11-06 22: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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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정부 세종청사 기획재정부 본관 한편에서 조촐한 현판식이 있었습니다. 지난달 9개 부처 합동으로 출범한 국고보조금 통합관리시스템 추진단이 둥지를 틀고 본격 업무에 나선 겁니다. 이곳에서는 앞으로 1년간 ‘눈먼 돈’으로 불리는 국고보조금을 24시간 통합·감시할 수 있도록 각 부처와 지자체에 흩어진 보조금 관련 시스템을 통합하는 작업이 이뤄집니다.

2017년 상반기에 통합이 마무리되면 그동안 15일 걸리던 보조금 정산시간이 하루로 줄어 실시간 처리가 가능해집니다. 보조금을 목돈으로 한번에 주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건넬 수 있으니 남은 돈을 은행에 맡기면 이자도 생깁니다. 무엇보다 누가 얼마의 보조금을 왜 가져갔는지 인터넷으로 국민 모두가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보조금 사냥꾼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늦었지만 제대로 된 ‘외양간’을 만든다니 반갑습니다. 그런데 노파심일까요. 걱정부터 앞섭니다. 열 사람이 작심한 도둑 한 명 막기 어렵다고 했던가요. 시스템이 완비되더라도 ‘공돈’을 노리는 이들의 음흉함에 맞서 혈세를 내 돈처럼 악착같이 챙길 공무원들이 갑자기 샘솟진 않겠지요. 중소기업 보조금 실태를 조사했던 한 공무원이 “지방 토호세력과 공무원, 전문가들의 짬짜미도 적잖았다”고 귀띔하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올해만 58조4000억원에 달하는 국가보조금은 ‘주인’이 없다 보니 사기꾼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한 지 오랩니다. 며칠 전에도 브로커를 통해 평생교육원을 설립해 국고보조금을 받아 챙긴 일당이 검거됐습니다. 후배인 20대 벤처사업가는 “요즘 창업에 뛰어든 친구들 중에 정부보조금에 맛들여 본업은 뒷전인 경우가 많다”고 전하더군요.

인간은 공짜의 유혹을 벗어나기 어렵지요. 몇 해 전 셋째아이가 생겼을 때입니다. 당시 살던 곳에서는 셋째 출산장려금이 50만원이었는데 뉴스에 보니 어느 마을은 1000만원이라더군요. “이번 기회에 위장전입을 해서라도 목돈 한번 챙겨볼까”라는 유혹에 마음이 동하더군요. 저는 샌님이라 저지를 배짱도 없어 포기했습니다만….

국가보조금이 눈먼 돈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려면 답은 하나입니다. 감시시스템 개선 못지않게 걸리면 패가망신한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입니다.

skylee@segye.com

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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