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음으로 발생하는 가장 흔한 질환은 역류성 식도염이다. 역류성 식도염은 위의 내용물이나 위산이 식도로 역류해 가슴 통증과 쓰라림, 소화장애를 일으킨다. 음주와 기름진 음식은 식도 괄약근의 압력을 낮춰 위 식도 역류를 일으킬 수 있고, 송년회 때는 늦은 시간까지 음식을 먹게 되므로 위 내용물과 분비된 위산이 식도로 역류하기 쉽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09~2013년 건강보험 지급자료를 분석한 결과 ‘위, 식도 역류병’ 진료로 인한 진료비 청구는 송년회가 몰려 있는 12월에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음 후 갑자기 견딜 수 없이 배가 아프면 급성췌장염을 의심해야 한다. 췌장염의 주된 원인은 술이다. 급성췌장염은 췌장 내 급성염증으로 육류도 녹일 수 있는 강력한 소화효소가 정상 경로인 십이지장으로 배출되지 않고 췌장 내부를 분해하거나, 외부로 누출돼 주변 조직을 녹이면서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하는 것이다. 증상이 가볍다면 염증이 가라앉을 때까지 금식을 하고 수분 및 영양 공급을 충분히 하면 완치된다. 하지만 급성췌장염 환자의 20%가량은 심각한 증상을 보이며 9%는 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과음은 구강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술 안주로 사랑받는 오징어와 육포 등 딱딱한 음식이 턱관절과 치아에 부담을 준다. 과음 후에는 이를 닦지 않고 잠들기 쉬워 충치와 염증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구토를 하면 위산이 입속에 남아 치아를 부식시키고 산에 대한 저항력을 떨어뜨려 잇몸 염증을 유발한다. 뼈건강에도 유의해야 한다. 알코올은 뼈를 만드는 조골세포의 증식과 기능을 억제하는 동시에 뼈를 갉아먹는 파골세포의 활동을 증가시킨다. 폭음을 자주하는 우리나라 직장문화가 골다공증 위험을 높이는 이유다. 흡연 또한 골다공증을 일으키는 위험인자이기 때문에 음주를 하면서 흡연할 경우 위험은 배가 된다.
술은 한 번에 적당한 양을 마셔야 건강에 해롭지 않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체내 알코올 분해 효소를 얼마나 갖고 있는지에 따라 주량이 다르므로 본인 주량을 알고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각자 최대 주량에 상관 없이 간을 손상시키는 주량은 있다. 건강한 성인 남성의 경우 간에 무리를 주지 않는 1회 음주량은 알코올 20g 이내다. 소주 2~3잔, 맥주 3잔, 와인 2잔 정도에 해당하는 양이다. 여성은 알코올에 더욱 민감해 남성보다 짧은 기간과 소량의 음주로도 간이 손상될 수 있다.
보통 1회 평균 음주량이 소주 7잔(여성은 4잔) 이상이며, 주 2회 이상 술을 마시면 고위험 음주로 볼 수 있다. 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는 3잔만 마셔도 하루 한도를 넘길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술을 빨리 마실수록 흡수되는 속도가 빠른데 공복에 마시면 위에서 소장으로의 배출 시간이 짧아져 3~4 배 빨리 흡수된다. 지방이 많은 음식은 이동 속도가 느려 알코올의 흡수를 늦추기 때문에 술 마시기 전 식사를 하거나 우유를 마시면 좋다. 알코올 농도도 흡수에 영향을 미치는데 일반적으로 15∼30%의 술이 가장 빨리 흡수된다. 맥주(4∼5%)와 양주(30% 이상)로 만든 폭탄주가 가장 빨리 취하므로 지양하도록 한다.
위장에 부담을 줄이고 싶다면 안주는 수분함량이 높고, 칼로리가 낮고, 기름기는 적은 음식을 선택한다.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은 음주량을 늘릴 수 있으므로 피한다. 알코올을 분해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해장음료보다도 물이다. 음주 중 물을 많이 마셔 혈중 알코올 농도를 희석해야 숙취 증상을 없앨 수 있다.
즐거운 송년회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건강하게 음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화에 집중하는 것이다. 체내에 흡수된 술은 폐를 통해서도 10%가량 배출되기 때문에 말을 많이 하면 술도 덜 취한다.
서울아산병원 건강의학과 남효정 교수는 “송년회는 한 해 동안 동고동락했던 동료들, 감사한 사람들,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사람들과 회포를 푸는 즐거운 시간”이라며 “적당한 음주로 건강하고 현명하게 송년회를 즐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