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때 사랑 나눈 남남북녀, 서로를 찾아 북으로 남으로 넘어가
두만강 건너던 남자 뒤로 총소리가…

북쪽 금강산 안내원 림채하 동무가 구룡연 코스를 안내하는 남쪽 조장 백산서에게 건넨 말이다. 북쪽 여자 림채하와 남쪽 남자 백산서는 2008년 7월3일 금강산에서 만나 8월 11일까지 40일간 사랑을 나누었다. 림채하 숙소에서, 금강산 관광을 추진했던 남쪽 회장님의 추모비 뒤편에서, 온정각 서관 계곡에서, 신계사 법당 뒤쪽에서 서로의 몸에도 스며들었다. 그 40일이 그들 만남의 전부였다. 남쪽 관광객이 북쪽 군사지역을 무단침범했다는 이유로 총살당한 뒤 그들은 생이별을 해야 했다. 견우 백산서를 찾아 탈북한 림채하와 직녀를 찾아 북으로 들어간 백산서의 이야기는 소설가 이병천(사진)의 신작 장편 ‘북쪽 녀자’(다산북스)에서 이들 남녀의 격정적 진술로 교차된다.

림채하는 어렵사리 백산서의 시신을 수습해 화장한 유골 가루를 자신의 몸 구석구석에 바르며 “어서 스며드세요 가루약처럼, 물약처럼”이라고 되뇌인다. 그네가 백산서의 남은 가루를 뿌린 곳은 휴전선이 내려다보이는 산봉우리였다. ‘직녀’ 림채하의 휴전선에 대한 성찰은 사무친다.
“오라바이도 보이세요? 저는 한때 휴전선을 동서로 길게 드러누운 거대한 뱀이라고 여겼는데 그냥 뱀 정도가 아니었단가 봐요. 그건 바로 죽음의 검은 강, 은하수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 검은 은하수라니… 한번 만난 뒤로는 다시 볼 수 없는 우리 같은 연인들, 그들 앞에 놓인 장벽이 바로 검은 은하수가 아닐까요?”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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