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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놀이조차 돈이 좌우하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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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3-20 22:22:53 수정 : 2016-03-20 22: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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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은 스마트폰 영상이나 컴퓨터 게임만 좋아하지 뛰어놀지를 않아.”

아이를 직접 키워보기 전까지는 자연을 벗삼아 놀았던 부모님 세대의 이러한 개탄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최근 돌쟁이 아이와 각종 놀이기구가 비치된 키즈 카페를 다녀온 이후 생각이 바뀌었다. 그곳에서 아이들은 숨이 차올라 헉헉거릴 정도로 신나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부모가 “철수 잡자∼”라며 달려가면 아이들은 기쁨에 겨운 고함을 지르며 도망다녔다.

이현미 국제부 기자
달라진 점 중 하나는 이제는 돈이 없으면 이렇게 뛰어노는 또래 문화를 접하기 어려워진 점이다. 키즈 카페를 이용하려면 2∼3시간에 1명당 만원 이상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동네 놀이터에는 아이들이 사라지고 도심 곳곳에 문을 연 ‘유료 놀이터’에 어린이들이 모이면서 부모의 경제적 수준에 따른 아이들의 경험 격차가 더욱 커졌다.

기자의 어린 시절 경기도 남양주의 한 동네에서는 여자아이들의 고무줄 놀이가 매일 펼쳐졌다. 술래잡기, 말뚝박기 등도 재밌었지만 고무줄 놀이야말로 지구력과 근력·유연성 등이 필요한 놀이의 꽃이었다. 동요부터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전우야 잘자라’)라는 진중가요까지 고무줄 놀이에는 시대 배경이 담겼다. 누가, 언제 아이들의 놀이에 6·25 전쟁 당시 국군이 애창했던 군가를 입혔는지는 몰라도 지역 놀이에는 사회의 기쁨과 아픔이 배어 있었다. 고무줄 놀이에 ‘목숨 걸고’ 집중했던 기억도 생생하다. 상대팀이 노래에 맞춰 동작을 펼칠 때 규칙에 어긋난 부분을 잡아내는 시선은 김연아 선수의 트리플 플립과 러츠를 판별하는 심판의 눈만큼 예리했다.

키즈 카페에서 만난 아이들의 모습은 달랐다. 예전 아이들은 역할을 나누고 관계를 맺으며 놀이에 참여했다. ‘얼음-땡’ ‘술래잡기’ 등을 하려면 술래가 있어야 했고, ‘고무줄 놀이’ ‘말타기’ 등을 하려면 편을 나누어야 했다. 하지만 키즈 카페의 아이들은 모여서 놀지 않았다. 디즈니랜드 같은 놀이 동산에서 그 자체로 재미를 주는 기구를 타듯 진기한 사물을 수동적으로 체험할 뿐이었다. 이 아이들은 기구에서 각각 따로 뛰어다녔다.

“요즘 아이들은 스스로 공부할 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들이 많다. 그런데 스스로 놀 줄 모르는 아이들이 더 걱정스럽다. 놀이는 창의력, 집중력, 순발력을 키워주는 재미있는 활동인데, 놀이마저도 부모의 간섭과 경제력에 좌우된다면 아이들이 스스로 배워나가는 밑바탕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런 시대에 우리 모두는 헬리콥터맘(성인 자녀에게 간섭하는 엄마), 캥거루족(부모 품을 떠나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될 수밖에 없다.

나홀로 대세를 거스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만 아이들의 건강한 발달을 위해서는 스스로 놀 수 있도록 내버려둬야 한다. 나부터라도 ‘키즈 카페 투어’를 멈추고 동네 놀이터에 아이를 데려가봐야겠다.

이현미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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