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밀착취재] "물총축제요? 제발 안 했으면 좋겠어요…"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2016-07-09 17:32:53 수정 : 2016-07-11 18:49:3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축제고 뭐고 그냥 안했으면 좋겠어요…”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앞. 15년 동안 가판을 운영한 박모(69·여)씨는 “오늘 장사는 잘되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2016 신촌 물총축제’로 인해 가게앞이 온통 물바다가 됐기 때문이다. 박씨의 가판에 진열해 놓은 와플도 지나가는 사람들이 쏜 물총으로 인해 젖어 있었다. 박씨는 “처음 2∼3년은 주변에 피해 안 가게 괜찮았다”며 “창문 양옆으로 물이 들어오는 등 배려라고는 찾기 어려울 정도로 노는데만 정신 팔려 있는 모습”이라고 토로했다. 인터뷰 중에도 물총을 들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박씨의 가게와 기자에게 물총을 쏴댔다.
9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열린 ‘2016 신촌 물총축제’에서 환경미화원이 길거리에 버려진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이날 곳곳에서 참가자들이 물풍선 등 쓰레기를 거리에 아무렇지 않게 버리는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물총축제’에 참가한 일부 참가자들의 배려심 없는 모습이 눈쌀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마구잡이로 물을 쏘아대거나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축제 현장 인근에서 민원이 계속됐지만 주최측은 ‘축제라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이날 열린 신촌에서 열린 물총축제는 올해로 4년째 이어지는 행사로 서대문구와 이벤트업체가 함께 개최한 시민참여형 축제다. DJ들이 최신 음악을 틀자 수영복을 입고 거리에 나선 시민들은 서로 물총을 쏘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로를 점령한 인파로 인근에서는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했다. 화장품 가게 앞에서 일하는 이모(28·여)씨는 “물총을 아무렇게나 쏴서 옷이 다 젖었다”며 “노는 것도 좋지만 좀더 성숙한 시민의식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학생 아이와 함께 신촌을 찾은 주부 김모(47)씨도 “젊은이들이 노는 모습이 유쾌해 보인다”면서도 “물을 맞을까봐 돌아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9일 열린 ‘2016 신촌 물총축제’에 참가한 시민들은 인근 지하철 역사 내에 물품보관함에 물품을 맡기고 행사에 참가했다.

축제에 참가하지 않은 사람들을 향해 물을 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물총을 든 외국인 등은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을 쐈다. 인근에서 민원이 계속되자 주최측에서도 오후3시부터는 시민들을 도로 안쪽으로 유도했지만 소용없었다. 자원봉사자로 참가한 대학생 지모(19·여)씨는 “민원이 계속돼 참가자들에게 자제를 부탁하고 있다”면서도 “사람이 너무 많다보니 어쩔 수가 없다”고 말했다.
9일 열린 ‘2016 신촌 물총축제’에서 외국인 2명이 가판대와 지나가는 사람을 향해 물을 쏘고 있는 모습. 행사 곳곳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물총을 쏴 실랑이가 벌어졌다.

실제로 이날 행사장 곳곳에서는 물총으로 인한 실랑이가 벌어졌다. 중학생쯤으로 보이는 학생이 쏜 물에 맞은 한 30대 남성이 해당 학생을 불러세워 욕설을 하며 목소리를 높이는 등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한 배달원은 오토바이 앞에 달아놓은 스마트폰 3대가 참가자들이 쏜 물에 젖어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여자친구와 신촌을 찾은 이모(27)씨도 “지나가는데 가슴팍에 물을 제대로 맞았다”며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지나가버려 황당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주최측은 ‘축제’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행사 관계자는 “축제기 때문에 처음엔 눈쌀을 찌푸리더라도 서로 양해하는 편”이라며 “200명의 자원봉사자가 있지만 수천명의 참가자 모두를 통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온 경찰 관계자는 “인근에서 민원이 들어오지만 서대문구에서 주관하기 때문에 따로 제재를 하지는 않았다”며 “성숙한 시민의식이 아쉽다”고 말했다.

글·사진=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정소민 '러블리 손하트'
  • 정소민 '러블리 손하트'
  • 있지 채령 '완벽한 외모'
  • 유이 '반가운 손인사'
  • 김태리 '빛나는 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