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가수 출신 배우 수지와 아이유가 안방극장에서 울상을 지었다. 가수로 먼저 이름을 알린 뒤 다년간 연기 커리어를 쌓으며 주연 입지를 굳혔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현 위치는 비슷하다.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최근 기대작으로 꼽힌 드라마의 원톱 여주인공을 꿰찼지만, 연기력 논란이 일며 기대 이하 성적표를 받아든 것도 일치한다.
수지와 아이유는 100% 사전 제작 드라마이자 한중 동시방영되는 초호화 캐스팅 드라마의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돼 기대를 모았다.
수지는 최근 종영한 KBS 2TV '함부로 애틋하게'에서 아픔을 간직한 노을 역을 맡았지만 빼어난 비주얼만 주목받았을 뿐 어색한 발음과 표정 연기가 도마 위로 올랐다. 수지를 향한 "예쁘다"는 평가는 분명 칭찬이지만, 칭찬이 오로지 외모 칭찬 하나에 국한됐다는 것은 "예쁜 외모 말고는 볼 게 없다"는 연기력 비난의 다른 표현이나 다름없었다.
수지의 연기력 논란이 뜨거웠던 '함부로 애틋하게'는 12.5%(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출발해 한 자릿수를 밑돌다 마지막회 8.4%로 종영했다.
아이유는 현재 방영 중인 SBS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에서 현대에서 고려 태조 왕건 시대로 타임슬립한 해수 역으로 출연하고 있다. 시대를 거슬러온 캐릭터 설정상 말투는 이해하고 넘기더라도 단조로운 대사 톤과 어색한 표정 때문에 연기력 논란이 일었다. 황자들의 사랑을 받는 해수 역이 기쁨과 분노, 당혹, 공포 등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해야 하지만 동그랗게 눈만 크게 뜨는 연기가 반복되면서 캐릭터 역시 단조롭게 비치고 있다. 연출을 맡은 김규태 PD가 "아이유는 연기 천재"라고 극찬한 것이 오히려 연기력 논란을 부추긴 인상도 있다.
'달의 연인'은 경쟁작인 KBS 2TV '구르미 그린 달빛'에 크게 뒤처지며 체면을 구겼다. '달의 연인'은 6%대 시청률로 '구르미' '몬스터'에 이은 동시간대 3위에 머물며 애초 기대와 크게 뒤떨어지는 성적을 나타냈다.
수지와 아이유 모두 여주인공에 대한 책임론을 거세게 받아들이고 있다. 두 작품 모두 여주인공이 극의 중심에서 이야기를 끌고 가는 구조라 부진의 책임은 전적으로 여주인공을 향하고 있다. 수지, 아이유가 출연한 드라마가 모두 사전 제작 형식을 취하고 있어 쪽대본, 밤샘 등 열악한 촬영 여건을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준비 부족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는 더욱 거세다.
다소 의아한 것은 이들인 '연기 초짜'가 아니라는 점이다. 영화 '건축학개론'(2012)으로 주목받은 수지는 이후 드라마 '구가의 서' '빅', 영화 '도리화가'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고, 아이유 역시 드라마 '드림하이'(2011)로 연기 데뷔한 뒤 '최고다 이순신' '예쁜 남자' '프로듀사'까지 여러 작품에 주연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하지만 이들이 전작에서 독보적인 연기력을 보여줬다 평가할 만한 작품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럼에도 많은 작품 출연을 통해 쌓인 연기 내공에 기대를 걸었던 시청자들은 이들의 캐스팅에 관심을 보냈고, 대대적인 드라마 홍보와 함께 기대와 궁금증은 더해졌다. 하지만 높은 기대는 더한 실망으로 돌아왔다.
두 배우의 실패 사례는 아이돌 출신 연기자가 인지도를 발판 삼아 손쉽게 주연을 따내는 것에 대한 대중의 따가운 시선을 가중케 했다. 이는 연기 겸업에 나서는 아이돌 출신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름값과 외모만으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는 교훈이기도 하다. 아울러 쉽게 주연을 획득하는 아이돌 출신 연기자가 전업 연기자보다 냉혹한 평가를 받는다는 점에서 그들이 연기력 면에서 더 많은 연구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두 사람의 캐스팅에는 해외시장에서 방영되는 작품의 특성상 한류스타로 인기를 누리는 스타라는 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이나 연기에 대한 기본기 면에서 아쉬움을 노출하면서 결과적으로 흥행에 찬물을 끼얹는 악수가 되고 말았다. 주연 배우의 이름값을 빼놓고 흥행을 논할 수 없지만 이름값 자체가 흥행에 능사가 아님을 보여준다. 그만큼 시청자의 눈도 매서워졌다. 인기가 아닌 냉정한 연기력 평가로 드라마의 흥행이 좌우된다는 점은 아이돌 주연 캐스팅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제작 환경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사진=한윤종 기자 hyj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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