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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전경련, 지금 깨어 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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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0-12 10:28:06 수정 : 2016-10-12 10:2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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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유착 빗나간 행보… 바로잡지 못하면 미래 없어 사람이나 조직은 왜 일탈하는가.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그중 하나는 매 순간 깨어 있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선지식 법정도 에세이 ‘삶의 기술’에서 지금 깨어 있으라고 하지 않았던가.

“우리는 참으로 소중한 것을 배우지 못하고 어리석은 것들만 배워왔다.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지금 이곳에서 깨어 있음이다. 삶의 기술이란 개개인이 자신의 삶에 대해 깨어 있는 관심이다.”

김용출 산업부 차장
최근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을 보고 있자니 드는 생각이다. 즉 전경련의 추락 배경에는 원칙과 시대 변화에 대해 매 순간 깨어 있지 못한 것도 주요 원인으로 보여서다.

전경련은 5·16쿠데타 직후인 1961년 7월 ‘자유시장경제의 창달과 건전한 국민경제 발전’을 위해 ‘한국경제인협회’라는 이름으로 태어났다. 이후 국가주도 성장시대 각종 경제정책에 대해 재계의 의견을 전달하거나 정부 정책추진을 위한 공감대 형성을 주도하며 한국경제에 나름 이바지해왔다는 지적이다.

어둠도 적지 않지만 빛나던 순간도 있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에는 그룹 간 빅딜을 주도했고, 2000년대 초반 남북대화 국면에선 교류의 한 주체가 됐던 그때가 그렇다.

하지만 한국경제 성장에 나름 역할을 한 그 전경련은 지금 어디에도 없다. ‘개혁론’이나 ‘무용론’이 넘치고 이제는 ‘해체론’까지 비등해진,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전경련’밖에 없다.

아마 권력과 정치권의 끝없는 야망과 압박이 한 원인이었겠지만, 이념색 짙은 행보나 ‘정경유착’을 거듭해온 전경련 스스로 좌초한 측면도 크다. ‘어버이연합’에 자금을 편법 지원하며 신뢰를 잃었고, 최근 청와대와 ‘대통령 비선 실세’의 연루 의혹이 제기된 미르 및 K스포츠재단 설립에선 자금모집 창구로 추락하지 않았던가.

전경련을 ‘재계의 맏형’으로 키워낸 고 이병철 삼성그룹 명예회장을 비롯해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 구자경 LG 명예회장 등 초창기 회장들이 보고 있다면 통탄할 일이다. 그렇다면 전경련은 과연 어디로 가야 하는가.

먼저, 권력과 정치권은 더 이상 전경련을 자신들의 정파 또는 당파적 이해를 위해 이용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공급이 수요를 낳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수요가 공급을 낳지 않던가. 국가 주도 성장 모델이 더 이상 적용될 수 없는 지금, 권력과 전경련 사이에 필요한 건 편의적인 유착이 아닌 적절한 거리이자 원칙적인 관계다.

그렇다고 최근 고조된 ‘전경련 해체론’에도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그건 전경련이 좋아서가 아니라 전경련이 그간 맡아온 그 역할을 누군가는 해야 하기에 그렇다. 성장과 분배가 조화를 이룬 시대를 위해서도 정부 및 우리 사회와 기업 간 소통은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금 필요한 건 선명하지만 무책임한 주장이 아닌, 현명하고 전략적인 대응이다.

마지막으로 새 출발은 각종 논란과 의혹에 대해 전경련이 진솔하게 진실을 밝히고 반성하는 게 전제라는 점이다. 희망의 미래는 언제나 현실과 지난 과거에 대한 정직한 직시에서 비롯하기 때문이다. 야당의 정치공세 정도로 치부하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넘어가려 해선 미래가 없다. 법정의 이어지는 조언을 부디 새겨들으시길.

“행복할 때는 행복에 매달리지 말라. 불행할 때도 이를 피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받아들이라. 그러면서 자신의 삶을 순간순간 지켜보라. 맑은 정신으로 지켜보라.”

김용출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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