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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영화인사이드] 위험한 폭로 ‘스노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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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10 01:14:22 수정 : 2017-04-11 12:5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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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안보와 개인의 인권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2001년 9·11테러를 경험한 에드워드 조셉 스노든은 국가를 위해 일하겠다는 굳은 다짐을 한다. 뛰어난 지능으로 컴퓨터에 정통했던 그는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안보국(NSA)에서 근무하며 정보 분석전문가로서 명성을 날린다.

그러나 국가를 위해 헌신할수록 깊은 고민에 빠져야만 했다. 테러의 위협을 사전에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미국 정보기관이 세계 곳곳에 도청 장치를 설치해 개인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수집하며 사람들의 사생활을 불법적으로 감시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조국에 대한 애국심으로 미 정보국에 몸담았던 그는 국가 안보에 관한 일급 기밀을 유출하며 반역자로 돌아선다. 결국 러시아로 망명하면서 미국의 국익을 해친다. 첩보영화를 방불케 하는 실제 이야기다. 그는 미 정보국이 수집하던 불법도청 및 감찰기록과 프리즘 감시 프로그램 등 최고의 국가 기밀을 언론에 폭로한 내부고발자로 낙인찍히게 된다.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실존인물을 영화화하면서 사실성을 부각시켰다. 올리버 스톤 감독은 과거에도 닉슨과 케네디 등 실존인물을 영화로 제작해 화제를 불러 모았다. 이번에는 스노든의 프리즘 폭로 사건을 스크린에 옮겼다. 개인정보와 사생활이 테러방지라는 명목으로 수집되고 감시당하는 과정은 충격적이다. 최고의 특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권력과 언론 간의 힘겨루기와 영국과 미국 정치권의 뒷이야기 등 스노든이 폭로하고자 했던 모든 것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전개 방식은 관객을 몰입시킨다. 영화는 스노든(조셉 고든 래빗)이 기자들을 만나 과거를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주인공의 의식 흐름과 변화에 따라 과거와 현재를 교차시키는 방식은 스노든의 갈등과 고뇌를 정점에 끌어올린다. 또한 세상에 비밀을 폭로하기까지 8일간의 긴박한 움직임을 교차편집을 통해 세세하게 보여주며 편집의 힘을 발휘했다. 스노든 역의 조셉 고든 래빗은 그야말로 탁월한 연기를 풀어놓는다.

국가안보가 중요한지 아니면 개인의 인권이 중요한지를 심각하게 묻는다. 개인의 사생활을 존중하는 여자 친구 린지(쉐일리 우들리)의 태도에서 스노든은 정부의 무차별적인 감찰에 대해 고민한다. 그러나 감독은 스노든에 대한 평가를 유보한다. 스노든은 과연 애국자인가 반역자인가, 영웅인가 혹은 내부고발자인가. 영화는 안보를 위해 지켜야 할 것과 포기할 수 있는 선은 어디까지일지 물을 뿐 해답은 관객이 찾도록 했다. 미국에서 개봉해 보수와 진보 그 어느 쪽에서도 환영받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로 국가의 이익과 개인의 권리는 상치되는 경우가 많다. 정부는 국가의 이익을 중요시한다. 국가가 존재해야 개인의 권리 또한 지켜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안보는 더욱 그렇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개인의 인권은 침해받아도 괜찮다는 것인가. 개인이 있어야 국가도 성립되는 게 아닌가. 그릇된 애국과 용감한 폭로 중에서 만약 우리가 스노든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영화는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생각해 볼 것들’을 일깨운다.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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