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연소득 500만원 이하의 저소득 지역가입자에게 적용됐던 ‘평가소득 보험료’가 17년 만에 폐지된다. 이 방식은 소득 파악이 어려워 성·연령·재산·자동차 등을 토대로 소득을 추정해 건보료를 물려 논란의 끊이지 않았다. ‘무임승차’ 논란이 컸던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도 단계적으로 축소된다. 현재 직장가입자가 보수외 소득이 연 7200만원을 넘으면 보험료를 추가로 냈지만 앞으로는 단계별로 2000만원을 초과하면 추가로 내야 한다.
전종갑 국민건강보험공단 징수상임이사 |
건강보험을 사회보험 방식으로 운영하는 대부분의 나라는 소득만으로 보험료를 물린다. 그러나 재산을 제외하고 소득만으로 보험료를 부과하게 되면 또 다른 문제가 대두된다. 현 부과체계는 소득이 드러나는 직장 가입자는 소득만으로, 소득 파악이 어려운 지역가입자는 소득과 재산 등으로 부과함으로써 가입자 간 다른 부과체계로 인한 형평성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 하지만 소득만으로 보험료를 물리면 공정성 문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직장가입자는 월급에 보험료를 부과하지만 지역가입자는 필요경비(60~90%)를 제외한 소득에 보험료를 물려 지역가입자 신고소득의 적정성 논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직장 지역 간 소득 파악률 차이, 고가 재산에 대한 국민정서 등 소득만으로 보험료를 부과하기에는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점진적 개편이 필요한 이유다.
7390만건. 지난해 건보료 관련 민원이다. 불합리한 부과체계로 국민과 건보공단이 큰 고통 속에 있었음을 보여준다. 개편안 발표 후 정치권과 학계 등에서 많은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를 적극 수렴하고 국회 논의를 거쳐 부과체계 개편 최종안이 확정될 것이다. 나아가 20조원에 이르는 건보 재정적립금은 개편안이 취지에 맞게 시행될 수 있는 든든한 기반이 될 것이다. 이상적인 최선을 좇아 부과체계 개편이 한 발짝도 못 나가는 것보다는 현실적인 차선으로 첫발을 떼는 것이 국민들의 요구라고 본다. 그 이후에는 평가를 통해 완성도를 높여나가면 된다. 건강보험은 합리적이고 공평한 ‘소득중심 부과체계’를 위한 커다란 발을 내디뎠다.
전종갑 국민건강보험공단 징수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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