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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스토리] '나도 만화속 주인공!' 유쾌한 일탈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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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18 18:00:00 수정 : 2017-02-18 13:5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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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프레’의 세계 속으로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의 한 전시컨벤션장에 커다란 ‘봇짐’을 둘러멘 수상한(?) 모습의 이들이 모여들었다. 전시장과 연결된 지하철역 계단에도 앳된 얼굴의 학생 100여명이 옹기종기 앉아 서로 화장을 해주는 데 여념이 없었다. 코스프레를 하는 사람들, ‘코스어’라 불리는 이들이다.

이곳에서 열린 ‘서울 코믹월드’는 코스어들에게 ‘성지’다. 행사장에는 형형색색의 가발과 각종 캐릭터 의상을 차려입은 코스어 2000여명이 운집했다.

탈의실에서 나온 신유리(19)양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밝은 주황색 머리, 하얀 세라복, 파란색 컬러렌즈를 끼고 나온 신양은 만화 캐릭터 그대로였다. 행사장에 나선 신양 주위로 모여든 일반인 참가자들의 사진 요청이 쇄도했다.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SETEC 전시장에서 열린 ‘서울 코믹월드 애니메이션 코스프레’에서 참가자들이 만화 주인공을 모방하는 ‘코스튬 플레이’를 선보이고 있다. 하상윤 기자
“처음 가발을 쓸 때는 쑥쓰러웠죠. 이곳에서만큼은 연예인이 된 듯한 기분이에요.”

신양은 밝게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쌀쌀한 날씨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검정 민소매 차림의 직장인 서건훈(30)씨는 플라스틱 검 3개를 양손과 입에 문 애니메이션의 한 캐릭터로 변신했다. 누군가 다가와 “사진…”이란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진지한 표정으로 포즈를 취했다.

빨간색 가발과 하얀 원피스를 입고 쭈삣쭈삣 행사장을 걷는 직장인 안모(25)씨. 처음으로 코스프레를 한다는 그는 여장한 남성 참가자다. 안씨는 “화장을 하고 치마를 입는다는 게 부끄럽기도 하지만, 이곳에선 특별할 것이 없는 것 같다”며 멋쩍어했다. 행사장은 한국 코스프레 문화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코스프레는 10대, 20대의 전유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는 다르다. 행사장에는 앳된 학생들뿐 아니라 30대, 40대들도 적지 않았다. 그들은 코스프레를 통해 유쾌한 일탈을 즐긴다. 홍모(55)씨는 “젊은 시절 두 차례 일본유학을 했던 때가 생각나 종종 찾곤 한다”고 말했다. 

걱정어린 시선도 교차한다. 12살 딸과 행사장을 찾은 문모(46·여)씨는 “유쾌해 보이지만 이 친구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척 궁금하다”며 “대부분 일본 것들인데, 우리 사회에 그만큼 흡입력 있는 문화가 없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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