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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프리즘] 공기로 만드는 금속, 현실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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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23 00:43:54 수정 : 2017-04-11 13:4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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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수소 합성했지만 상용화 미지수 / 실용화되면 인류의 삶 대혁신 불러 우리 주위를 둘러싼 공기를 전기가 통하는 금속으로 바꾸는 것이 가능할까. 최근 세계적인 과학잡지 ‘사이언스’에 톱뉴스 중의 하나로 금속성 수소 합성에 성공했다는 논문이 실렸다. 이에 대해 필자는 30년 전 연구했던 주제이고, 박사후 연구원으로 일했던 연구실에서 발표한 결과라 좀 더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읽어 보았다.

수소는 상온 상압에서 수소원자 두 개가 결합해 분자를 이루는 기체이고, 우주에 가장 많이 존재하는 물질이다.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자동차가 만들어졌지만 수소연료 확보 등 아직 경제적인 문제가 있기에 실용화되지는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성공한 금속성 수소는 고체 형태로서 지구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다.

전승준 고려대 교수·물리화학
수소를 포함한 모든 기체도 온도가 내려가고 압력이 올라가면 액체가 되고 결국은 고체로 변한다.

고체는 비록 같은 원자로 이뤄져 있다 하더라도 압력에 따라 서로 구조가 다른 물질로 변화할 수 있는데, 이를 고체 상전이라고 한다. 그리고 1기압의 압력에서 부도체인 고체도 압력이 높아지면 상전이가 일어나면서 금속성 도체로 상전이가 일어나기도 한다.

1930년대에 물리학자인 유진 위그너와 힐러드 헌팅턴에 의해 350만기압인 지구 중심부 압력에 가깝게 도달하면 수소도 금속성을 가지는 고체가 될 것이라는 논문이 발표됐다. 높은 압력에서 수소분자가 깨지면서 원자로 이뤄진 상태가 되면 마치 금속과 같은 구조가 돼 전도성을 비롯해 금속성 성질이 나타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그러나 당시엔 실험으로 증명할 수 있는 고압발생 기기가 없었다.

1960년대가 돼 이전의 고압발생 기기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의 다이아몬드 앤빌 셀이라는 기기가 만들어졌다. 다이아몬드 2개 사이에 적은 시료를 넣고 누르면 지구중심부 압력 이상도 도달할 수 있는 기기이다. 그리고 많은 고압상태의 수소에 관한 이론적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금속성 수소가 되는 압력은 더욱 높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만들어지면 상온에서 초전도현상을 보이는 양자고체가 될 뿐만 아니라 압력을 낮춰 1기압으로 돌아오더라도 안정한 상태로 유지하는 준안정상태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마치 순수 탄소로 이뤄진 가장 안정한 고체는 흑연이지만 불안정한 다이아몬드가 준안정 상태로 같이 존재하는 것과 유사한 것이다.

초전도체는 인류의 생활환경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재료이다. 만약 상온에서 작동하는 초전도체가 상용화될 수 있다면 우리가 공상과학(SF) 영화에서 보여주는 것이 현실로 구현될 것이다. 자기부상열차는 일상화되고 에너지 문제는 거의 해소될 것이다. 현재 아주 일부에서 특수물질로 만든 초전도체를 사용하고 있다. 영하 260도 정도의 매우 낮은 온도에서만 초전도체가 되기 때문에 자기공명영상(MRI)과 같은 고가의 의료기기 등 일부에만 사용되고 있다.

재료는 인류 생활환경을 완전히 다르게 만든다. 우리가 철기시대에 살아왔다고 할 만큼 인류역사에서 철과 같은 금속소재는 현재의 문명을 만든 가장 중요한 재료였다.

철기시대는 수천년 전에 시작했지만 대량생산해 사회 전반에 활용한 것이 200∼300년에 불과하다. 현재 미국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로 만들 수 있던 것도 쇠로 만든 철로와 기관차이고, 뉴욕 맨해튼의 마천루는 뼈대가 강철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19세기 후반부에 발명된 플라스틱과 같은 고분자재료는 우리 주위에 너무나 많이 있다. 건물의 구조재료, 옷, 그리고 스마트폰부터 과자봉지까지 주위의 물건은 거의 대부분 고분자재료로 만들어져 있다. 철은 수천년에 걸쳐 대중화됐지만 고분자재료는 처음 만들어지고 불과 100년 만에 세상을 바꿨다.

금속성 수소 연구는 지난 수십년 동안 전 세계의 여러 연구실에서 시도돼 성공했다는 연구 결과가 처음 발표됐지만 산업화 가능성은 아직 미지수이다. 그러나 어쩌면 수십년 이내 대중화돼 세상을 바꾸는 재료가 될지도 모른다.

전승준 고려대 교수·물리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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