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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맥주집 ‘맥파이’는 서울 경리단 뒷골목 허름한 벽돌집에 자리 잡고 있다. 수년 전 외국인 여행객들 사이에서 먼저 소문났다. 쌉쌀한 맛이 외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고 SNS를 타고 전파됐다. 진한 맛을 내는 비결은 비싼 홉을 듬뿍 넣었기 때문이었다. 문패조차 제대로 달지 않았지만 강렬한 맛이 해외로부터 손님을 유인했다. 재미교포 2세 4명이 의기투합해 차렸는데 첫 6개월간 파리를 날렸다가 ‘불금’이면 골목까지 손님이 꽉찬다. 제주 지점도 냈다. 이제는 납품 회사로 성장했다.

맥파이 옆에 자리한 수제맥주집 ‘더부스’는 2015년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투자 유치에 이어 지난해에는 벤처캐피털을 통해 30억원을 받았다. 올해는 200억원을 유치한다고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수제맥주 생산시설을 인수해 진출했다. 덴마크 회사와 합작해 맛을 낸 대동강페일에일은 일반 레스토랑에서도 인기다. 서울 성수동에 자리한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는 실리콘밸리 벤처투자 회사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성장 가능성이 투자를 끌어들인 것이다.

덴마크 맥주회사 미켈러는 9000m 상공에서 맥주 맛을 테스트했다. 쓴맛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이 결과를 토대로 홉을 적게 넣은 항공기용 맥주를 만든다. 홍콩 항공사 캐세이퍼시픽은 고공에서 미각이 둔화되는 점을 감안해 꿀과 열대과일 롱간이 들어간 항공기용 맥주를 서비스한다. 물맛에 매달리는 맥주는 옛날 얘기가 됐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치코에 위치한 시에라네바다 맥주회사는 청년 두 명이 집에서 맥주 맛을 연구하다가 일으킨 기업이다. 회사 인근에 있는 캘리포니아치코주립대가 축제를 할 때면 맥주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회사는 미국 전역에 맥주를 공급하고 해외수출도 한다.

정부는 최근 슈퍼나 편의점에서 수제맥주를 팔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외국산 수제맥주들이 점령하는 것을 방치할 수 없어 뒤늦게 유통 규제를 푼 것이다. 국내 맥주 시장 규모는 약 5조원. 수제맥주가 10%를 점유할 경우 5000억원 시장이 된다. 외국산 맥주회사들에 내주었던 안방에서 국산 수제맥주회사들이 진검승부를 펼칠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한용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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