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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탐색] '노동 최약자' 전락… 구멍 뚫린 현장실습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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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3-07 15:03:09 수정 : 2017-03-07 15: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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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사 과도한 업무가 현장실습 여고생 죽음 내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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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 한 이동통신회사 콜센터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여고생이 고강도 업무를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못숨을 끊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역 시민·노동단체는 열악한 근로환경과 부당한 근로조건이 여고생을 죽음으로 내몬 것이라고 주장하며 구멍 뚫린 현장실습제도에 대한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전북본부 등 도내 27개 시민·사회단체는 7일 전주시 노송동 LG유플러스 고객센터 앞에서 ‘현장실습생 사망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을 갖고 “사건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활동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LG유플러스 전주고객센터에서 현장실습을 받던 전주의 한 특성화고 3학년생 홍모(17)양은 지난 1월 23일 오후 1시6분쯤 사무실에서 3㎞쯤 떨어진 아중호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민주노총 전북본부 등 도내 27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7일 전주시 노송동 LG유플러스 고객센터 앞에서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사망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당시 경찰은 영하의 추운 날씨에 홍양이 스스로 차가운 저수지에 몸을 던진 뚜렷한 경위나 이유를 알 수 없어 이를 파악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했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들도 평범했던 한 여고생의 갑작스런 죽음에 의문을 갖고 그 배경을 추적하고 나섰다. 그 결과 홍양이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속사정이 최근 하나 둘 드러나기 시작했다.

경찰과 시민·사회단체에 따르면 홍양은 졸업을 앞둔 지난 해 9월 8일부터 LG유플러스 전주고객센터로 현장실습을 나가 세이브(계약해지방어)팀에 배정됐다. 고객이 이동통신회사와 맺은 계약을 철회하기 위해 전화를 걸어오면 적극 대응해 막아내야 성과를 인정받을 수 있는 업무였다.

문제는 고객들로부터 폭언 등으로 인격적 모독을 받기 일쑤인데다 실적 압박에 따른 극심한 업무 스트레스로 사내에서도 ‘기피부서’ 1순위로 꼽힌다는 점이다. 실적이 떨어지면 면박하거나 시간외 근무를 강요했다는 게 유족측 설명이다.

민주노총 전북본부 등 도내 27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7일 전주시 노송동 LG유플러스 고객센터 앞에서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사망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전북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는 “그동안 이 고객센터에 수 십 명의 특성화고 현장실습생들이 재직했지만, 절반 이상은 6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그만뒀다”며 “특히 세이브팀에 배정된 십 수 명의 실습생 가운데 현재 남아 있는 이는 단 두 명에 그칠 정도”라고 밝혔다.

센터측은 홍양이 직장내 막내로서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즐겁게 잘 해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홍양은 현장실습 4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가족과 친구들에게 극심한 업무 스트레스를 하소연했다. 그는 당시 문자 메시지를 통해 ‘너무 힘들어’, ‘오늘도 일을 다 못 채웠어’, ‘나 그만두면 안 될까’라고 힘겨워 했다. 심지어 자살 기도를 하기도 했다.

결국 홍양은 설 명절을 5일 앞두고 호수에 투신하는 극단의 선택을 했다.

홍양의 아버지는 “아직 사회 문턱조차 넘지 못한 여고생들을 감정노동현장 전면에 배치해 감내토록 한 것은 잔인한 일”이라며 “이렇게 힘든 일을 하는 곳인줄 알았으면 절대 딸을 보내지 않았을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앞서 LG유플러스 전주고객센터에서는 2014년 10월에도 상담사로 일하던 이모(30)씨가 퇴사후 1주일여 뒤 A4용지 5장 분량의 유서에 이 회사의 부당노동행위를 고발하는 내용 등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LG유플러스 고객센터 측은 “부당한 지시나 목표를 할당해 강요하지 않았고 상담사 면담에서도 특이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져 안타깝고 당황스럽다.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방지책을 마련하는 데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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