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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학자들은 한자가 중국만의 글자가 아니라고 설파한다. 진태하 인제대 석좌교수는 우리 조상인 동이(東夷)족이 한자를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중국 사학자와 대만 문자학자 등이 논문을 통해 한자는 동이족이 만든 문자임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중국의 대문호 린위탕(林語堂·1895~1976)이 우리나라 초대 문교부장관인 안호상(1902~99) 박사에게 “한자는 당신네 동이족이 만든 문자”라고 말했다는 일화도 근거 중 하나다.

중국 대륙이 동이족 한자 창제설로 뒤집힌 적 있다. 2011년 4월 진 교수 주장이 중국 환구시보에 대서특필되면서다. 중국인들은 한국이 공자의 출신과 단오절, 풍수 등 문화유산에 이어 한자 소유권까지 가져가려 한다고 반발했다. 중국 언론은 동이족이 고대 동방민족의 통칭일 뿐 한국인 선조로 보기에 부적절하고 한자 발전에 기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더라도 발명했다는 건 과장이라고 반박했다. 린위탕 등에 대해서는 중국학계를 대표할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

동이족은 중국인들이 동쪽 오랑캐 이민족을 낮춰 부르던 말이다. 동이족 범위를 놓고 학설이 분분하지만, 중국 상나라(은나라)는 ‘동이족의 나라’로 여겨진다. 한자 원형인 갑골문자를 썼다. 동이족 전체가 한민족이 아닐지라도 우리 민족의 뿌리가 된 것만은 사실이다. 중국 후한시대의 문자해설서 ‘설문해자’(說文解字)를 근거로 동이족을 ‘큰(大) 활(弓)을 가진 사람’, 활을 잘 쏘는 민족이라고 보기도 한다. 소설가 김진명은 한자 생성의 비밀을 소설 ‘글자전쟁’에서 추적하고 있다.

최근 미국 언론들이 상나라 말기 상형문자가 뉴멕시코주 한 국립유적지 암석에서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비문연구가 존 러스캠프 박사가 지난해 11월 출간한 ‘아시아의 울림’을 통해 공개했다는 것이다. 러스캠프 박사가 지난 10여년간 캐나다와 미국에서 판독해 낸 갑골문자만 113자에 이른다. 상나라를 멸망시킨 주나라 핍박을 피해 동이족이 북미대륙으로 이주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동이족 DNA를 지녀서일까. 아득한 옛날 여정의 고통이 느껴진다. 중국의 전방위 사드 핍박에 시달리는 처지라 더욱 그렇다.

박희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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