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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고분을 발굴하면 반드시 나오는 그림이 있다. 사신도(四神圖). 무용총, 쌍용총, 개마총, 통구사신총, 대안리1호분, 매산리사신총…. 고분마다 석실 벽에는 사신도가 어김없이 남아 있다. 천년 세월에도 살아 있는 듯하다. 좌 청룡, 우 백호, 전 주작, 후 현무. 동서남북을 지키는 수호신이다. 왜 그렸을까. “사신이시여, 대왕의 영혼을 영원히 지켜 주소서.” 이런 뜻이 담겨 있을 테다.

주작(朱雀). 한자 뜻을 풀면 ‘붉은 새’다. 상상 속에 존재하는 천상의 새다. 주작은 어떻게 변할까. ‘후한서’의 글, “신령스러운 작이 봉황이다(神雀謂鳳也).” 송의 ‘비아(?雅)’라는 책에는 이런 글도 있다고 한다. “주오(朱烏·붉은 까마귀)는 형상을 봉황에서 취한 것으로 남방을 주오라고 한다.” 주작은 곧 봉황이 아닐까. 봉황을 따 주오를 만들었을까. 그것은 중국인의 말이다. 그 반대일 가능성이 크다. ‘천자의 나라’ 고구려. 주작은 천자를 지키는 새일까.

봉황은 황제를 상징하는 새다. 봉(鳳)은 수컷, 황(凰)은 암컷이다. 황제가 있는 곳에는 봉황이 있었다. 고려 때에도 봉황 깃발과 문양을 썼다. 인조 3년, 1625년 동지사 서성은 조강(朝講)에서 임금에게 말했다. “적관(翟冠·황후와 왕비의 모자)과 황후복에는 다섯 봉황과 열두 용을 수놓았습니다.” 중국을 두고 한 말이다. 조선에서는 봉황을 쓰지 않았을까. 썼다. 세종 때 1품 관복의 띠에 봉황과 구름 무늬를 새겨 넣도록 했다. 대한제국 때 고종이 있는 곳에는 봉황 깃발이 펄럭였다. 봉황기의 뿌리는 깊다.

대통령이 머무는 곳에는 지금도 봉황기가 나부낀다. 무슨 뜻일까. “대한민국의 주권을 수호하는 이 나라의 우두머리가 여기 있다”는 뜻이다. 봉황기는 누구도 범할 수 없는 대한민국 주권의 상징이다.

그 깃발이 청와대에서 내려졌다. 대통령이 파면된 10일 오후 내렸다고 한다. 청와대에는 태극기만 덩그러니 내걸렸다. 굳이 내려야 했을까. 대통령 권한대행이 있지 않은가. 봉황기 없는 청와대. 불행한 정치 현실을 말해 주는 참담한 광경이다. 상서(祥瑞)의 봉황기는 언제 다시 펄럭일까.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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