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일전쟁의 발발과 이른바 한일의정서의 체결(1904년 2월 23일) 이후 일제는 이범진(1852∼1911) 주러시아 공사의 소환을 우리나라 정부에 집요하게 요구했다. 고종은 1904년 5월 18일 “러시아 공사관을 철폐하고 이범진을 소환하라”고 지시했고, 정부는 9월 1일 이범진을 면직시켰다. 그럼에도 이범진 공사와 아들 이위종 참서관은 공사관이 철폐되는 1906년 초까지 활동을 계속했다. 그는 나라의 멸망 소식을 듣고 1911년 1월 26일 정오에 유서를 남기고 천장에 목을 매 자결했다.
1902년 대한제국 영사관으로 쓰인 상트페테르부르크 페스첼라 5번지 건물과 초대 영사인 이범진(작은 사진). 독립기념관 제공 |
이 건물은 러시아의 대문호 푸시킨이 1833년부터 2년간 거주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리고 레닌이 1905년 혁명 후 거주하기도 했다. 푸시킨이 거주했던 시대에는 2층 건물이었던 것을 1880년대 건축가 제이제르에 의해 5층 건물로 재건축됐다. 이 건물은 현재 아파트로 사용되고 1층은 가게로 이용되고 있다. 1층 벽면에는 “이 건물에는 1901년부터 1905년까지 이범진 러시아 주재 대한제국 초대 상주공사가 집무하셨습니다”라고 한글과 러시아어로 된 현판이 부착되어 있다.
류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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