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양경미의영화인사이드] ‘프리즌’의 흥행 공식

관련이슈 양경미의 영화인사이드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17-04-07 01:13:29 수정 : 2017-04-11 18:09:0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최근 개봉된 영화 ‘프리즌’이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에도 흥행 성적 1위를 달리고 있다. 전 세계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실사영화 ‘미녀와 야수’를 제치고 개봉 2주 만에 관객동원 200만명을 훌쩍 넘기며 손익분기점도 돌파했다.

‘프리즌’은 감옥에서 절대 제왕으로 군림하는 익호(한석규)와 새로 수감된 전직 경찰 유건(김래원)의 이야기를 다룬다. 교도소에서 죄수들뿐만 아니라 교도관들까지 쥐락펴락하는 권력자 익호는 각종 범죄를 일삼는다. 그리고 교도소로 들어온 유건은 그의 범죄를 밝혀내기 위해서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른다. 결국 익호가 죽게 됨으로써 절대 권력은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관객들은 교도소에서 일어나는 부조리에 혼란스럽다.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프리즌’의 흥행은 사회문제를 담고 있다는 데 있다. 최근 인기를 얻은 ‘마스터’, ‘더킹’, ‘재심’과 연장선상에 있고 부조리한 현실에 대해 악화된 관객의 마음을 영화가 대변해 준 결과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국정농단 사태로 한국영화의 키워드는 ‘정의사회구현’이 됐다. 사회비판적이고 사회문제를 고발하는 사회파 장르 영화의 흥행세가 멈추지 않는 이유다.

신선한 발상과 과감한 시도가 관객의 취향을 저격했다. 그동안 교도소를 다룬 영화에서는 억울하게 누명을 쓴 주인공이 등장하고 교도관들은 죄수를 억압하며 죄수들은 교도관 몰래 탈옥을 시도했다. 그러나 연출과 각본을 맡은 나현 감독은 교도소의 부조리를 고발한다. “교도소는 그 사회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라고 말하며 교도소가 범죄의 대가를 치르는 곳이 아닌 새로운 범죄를 생산하는 곳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형성을 거부하고 고정관념을 뒤튼 새로운 소재와 차별화된 전략은 적중했다.

박진감 넘치는 배우들의 리얼한 액션도 한 몫을 담당한다. 한석규는 연기 인생 최고의 카리스마를 보여주며 스크린을 압도하고 김래원은 폭발하는 에너지를 가득 안고 극을 이끌어간다. 조연배우들의 살아 있는 연기 또한 범죄액션 영화의 특성을 살려, 마치 폭력의 현장 속에 들어와 있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답답한 시국, 불만족스러운 현실에서 폭발적이고 가학적인 액션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오랜만에 등장한 남자영화라는 점도 30~40대 남성 관객의 열렬한 지지를 얻는 이유 중 하나다.

최근 들어 사회비판적 영화가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그만큼 우리사회에 많은 부조리가 존재한다는 것이며 관객들의 불만과 사회정의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방증이다. 또한 이를 소탕할 검찰과 경찰에 대한 불신도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프리즌’에서도 이러한 시선을 발견할 수 있다. 범죄조직의 보스 익현을 잡기 위해 교도소로 들어온 전직 경찰 유건은 정의를 실현한다는 명목 하에 온갖 범죄를 저지르며 정의를 희생시키는 이율배반적 행동을 서슴지 않기 때문이다.

마침내 우리 사회의 부조리가 척결되고 정의가 바로 서서 이러한 사회비판적 영화의 제작과 흥행세가 지금보단 수그러들길 기대한다면 엉뚱한 생각일까.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